경계일은 P-V 곡선 아래 넓이다
기체가 든 실린더의 피스톤을 밀어내 볼게요. 부피를 끌어 늘리면 기체가 피스톤을 바깥으로 밀어내며 일을 해요. 피스톤이 받는 힘은 기체의 압력에 피스톤 넓이를 곱한 거고, 그 힘이 피스톤을 거리만큼 밀면 그게 바로 일이에요. 조금씩 밀어낸 일을 다 더하면, 압력 곱하기 부피변화를 쭉 합한 값이 돼요. 이걸 P-V 선도 위에 그리면 놀랍게도 곡선 아래의 넓이가 돼요. 기체가 한 일이 그림의 넓이로 보이는 거죠. 그래서 같은 시작과 끝이라도 어떤 길로 갔느냐에 따라 넓이가, 곧 일이 달라져요. 이번 장의 첫걸음이에요.
먼저 일이 어떻게 생기는지 느껴 봐요. 실린더 안 기체가 피스톤을 밀고 있어요. 부피를 끌어 기체를 팽창시키면, 피스톤이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일을 해요. 피스톤에 작용하는 힘은 압력 곱하기 넓이고, 그 힘이 피스톤을 조금 움직이면 그만큼 일이 쌓여요. 화면의 일 막대가 차오르는 걸 보세요. 핵심은 기체가 부피를 늘릴 때 바깥 세상에 일을 한다는 거예요. 자동차 엔진이 폭발한 기체로 피스톤을 밀어 바퀴를 돌리는 것도, 풍선이 부풀며 주변 공기를 밀어내는 것도 모두 이 팽창일이에요. 반대로 피스톤을 꽉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기체가 아무리 세게 눌러도 밀어낸 거리가 0이라 일은 전혀 생기지 않아요.
이제 그 일을 정확히 세어 봐요. 압력이 일정하지 않고 팽창하면서 변하더라도, 아주 짧은 구간에서는 압력이 거의 일정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 짧은 구간의 일은 압력 곱하기 그 구간의 부피변화, 즉 가느다란 직사각형 하나의 넓이예요. 슬라이더로 부피를 V1에서 V2까지 늘려 보세요. 가느다란 막대들이 하나씩 더해지면서 일이 쌓여요. 이 잘게 쪼갠 막대들을 전부 더한 것이 적분이고, 그래서 경계일은 W = ∫P dV 로 적어요. 압력이 변하든 말든, 매 순간의 압력에 그 순간의 부피변화를 곱해 쭉 더하면 그게 기체가 한 일이에요. 막대를 잘게 쪼갤수록 계단 모양이 실제 곡선에 바짝 달라붙어서, 무한히 얇게 나눈 극한에서 이 합은 곡선 아래의 실제 넓이에 정확히 다가가요.
쪼갠 막대를 전부 더한다는 건, 결국 곡선 아래의 넓이를 구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P-V 선도에서 경계일은 곧 곡선과 가로축 사이의 넓이예요. 가장 단순한 경우로 압력을 일정하게 두고 팽창시켜 봐요. 슬라이더로 압력을 조절하면, 일은 그냥 직사각형 넓이, W = P 곱하기 (V2 − V1) 이 돼요. 압력이 높을수록 같은 부피변화라도 넓이가 커지니 일이 커지죠. 참고로 이상기체를 일정 압력에서 데우며 팽창시키는 게 딱 이 경우예요. 넓이로 보면 일의 크기가 한눈에 들어와요. 넓이라서 좁고 높은 직사각형과 넓고 낮은 직사각형이 같은 일을 낼 수 있듯, 압력이나 부피변화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둘을 곱한 넓이가 일을 정해요.
이제 핵심이에요. 같은 시작점에서 같은 끝점으로 가더라도,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일 수 있어요. 버튼으로 두 경로를 바꿔 보세요. 한 길은 먼저 높은 압력을 유지하며 팽창하고, 다른 길은 먼저 압력을 낮춘 뒤 팽창해요. 두 길의 곡선 아래 넓이가 눈에 띄게 다르죠. 시작과 끝이 같은데도 한 일이 다른 거예요. 그래서 일은 상태량이 아니에요. 지금 상태만 봐서는 알 수 없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이상기체를 온도가 일정하게 팽창시키면 PV가 일정한 매끈한 곡선 경로가 되는데, 그 넓이는 또 다르죠. 길이 다르면 넓이가 다르고, 넓이가 다르면 일이 달라요. 열기관은 바로 이 경로 의존성을 이용해, 높은 압력으로 팽창해 큰 일을 뽑아내고 낮은 압력으로 되돌아가며 적은 일만 되돌려주어, 그 차이를 한 바퀴마다 알짜 일로 챙겨요.
마지막은 부호 약속이에요. 슬라이더로 부피를 시작점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움직여 보세요. 부피가 늘어나는 팽창에서는 기체가 바깥에 일을 해 주는 거라 일을 양수로 약속해요. 반대로 부피가 줄어드는 압축에서는 바깥이 기체에 일을 해 주는 거라 일이 음수예요. 가운데 기준선에서 부호가 딱 뒤집히죠. 이 약속은 다음 강에서 만날 열역학 1법칙과 짝을 이뤄요. 기체가 한 일은 양수, 기체가 받은 일은 음수. 그래서 엔진처럼 기체가 팽창하며 일을 내보내는 장치는 양의 일을, 압축기처럼 기체를 욱여넣는 장치는 음의 일을 다뤄요. 다음 강에서는 이 일과 열을 함께 묶어 에너지 보존, 1법칙으로 이어 가요. 자전거 펌프를 빠르게 눌러 공기를 압축하면, 일이 음수가 되는 이 압축에서 바깥이 기체에 건넨 에너지가 안에 쌓여 펌프가 뜨끈해지는 걸 손으로 느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