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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어장
열역학

압력과 온도는 분자 운동의 척도다

분자 충돌이 압력, 분자 속력의 평균이 온도. 열평형과 절대온도(K), 제0법칙까지

통 속 기체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많은 분자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있어요. 통 안에 분자를 더 채워 보세요. 분자들이 벽에 부딪치는 횟수가 늘고, 벽이 받는 두드림도 세져요. 우리가 압력이라 부르는 건 바로 이 수많은 충돌이 벽을 미는 힘이에요. 이번엔 분자를 더 뜨겁게 해 보면, 같은 분자가 더 빠르게 날아다니죠. 그 빠르기의 평균이 바로 온도예요. 압력도 온도도, 눈에 안 보이는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거시 세계의 숫자 하나로 요약한 거예요. 이 관점을 잡으면, 왜 데우면 압력이 오르고 왜 두 물체가 닿으면 미지근해지는지가 한눈에 보여요.

압력이 어디서 오는지부터 봐요. 통 속 분자들은 끊임없이 벽에 부딪쳐요. 한 번의 충돌은 아주 작은 톡이지만, 일 초에 수조 번이 모이면 벽을 꾸준히 미는 힘이 되죠. 슬라이더로 분자 수를 늘려 보세요. 분자가 많아질수록 벽에 닿는 충돌이 잦아지고, 압력 막대가 차올라요. 압력은 결국 단위 넓이의 벽이 받는 충돌의 합이에요. 풍선이 팽팽한 것도, 타이어가 단단한 것도, 안에서 분자들이 쉼 없이 벽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를 둘러싼 공기도 이렇게 사방에서 벽을 두드려서 1제곱미터마다 10톤에 가까운 힘으로 누르고 있지만, 안팎에서 똑같이 밀기 때문에 우리는 그 무게를 느끼지 못해요.

이번엔 온도예요. 통을 데우면 분자 하나하나가 더 빠르게 날아다녀요. 슬라이더로 온도를 올려 보세요. 분자들이 더 멀리, 더 거세게 튕기고 색도 뜨겁게 변하죠. 온도란 바로 이 분자들이 가진 운동의 평균이에요. 정확히는 분자 한 개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큰 운동에너지를 갖는지를 나타내요. 그래서 뜨겁다는 건 분자가 빨리 움직인다는 뜻이고, 차갑다는 건 느리게 움직인다는 뜻이에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온도는 분자 하나의 속도가 아니라 수많은 분자의 평균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분자가 많든 적든, 평균만 같으면 온도는 같아요. 사실 분자들이 모두 같은 빠르기인 건 아니고 빠른 것부터 느린 것까지 폭넓게 퍼져 있는데, 그중 표면의 가장 빠른 분자들이 튀어나가는 게 증발이라, 물웅덩이는 끓는점과 멀어도 조금씩 말라요.

이제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를 맞닿게 해 봐요. 슬라이더로 시간을 흘려보내면, 뜨거운 쪽의 빠른 분자들이 경계에서 차가운 쪽 분자들과 부딪치며 운동을 나눠 줘요. 뜨거운 쪽은 점점 식고 차가운 쪽은 점점 데워지죠. 그러다 둘의 온도가 같아지면 더 이상 한쪽으로 열이 흐르지 않아요. 이 상태를 열평형이라고 해요. 중요한 건 둘이 같은 온도에서 멈춘다는 거예요. 온도가 같다는 건 분자 운동의 평균이 같아져서 주고받을 것이 없어졌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두 물체의 온도를 비교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평형 덕분이에요. 그래서 한 방에 오래 놓인 물건들은 이미 이 평형에 이르러 금속 손잡이와 나무 문이 사실은 같은 온도인데, 금속이 더 차갑게 느껴지는 건 손의 열을 더 빨리 가져가기 때문일 뿐이에요.

온도를 점점 낮추면 분자의 움직임도 점점 느려져요. 그래프에서 통의 압력이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보세요. 온도를 내릴수록 충돌이 약해지고 잦아들면서 압력이 곧게 줄어들죠. 이 직선을 계속 연장하면 압력이 0이 되는 지점이 나와요. 섭씨 약 영하 273도예요. 분자의 운동이 더는 줄어들 수 없는 한계, 이보다 더 차가울 수는 없는 바닥이에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로 이 점을 0으로 삼는 새 눈금을 만들었어요. 절대온도, 켈빈이에요. 섭씨에 273을 더하면 켈빈이 돼요. 열역학의 모든 공식이 섭씨가 아니라 켈빈을 쓰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분자 운동의 진짜 양은 바닥에서부터 세야 하니까요. 이 바닥은 다가갈 수는 있어도 완전히 닿을 수는 없어서, 가장 차가운 실험실조차 절대영도의 10억분의 1도 위까지만 내려갔는데, 그마저도 텅 빈 우주 공간보다 훨씬 차가운 온도예요.

마지막으로 단순하지만 깊은 약속이에요. 온도계 하나로 물 한 컵을 재서 어떤 온도가 나오고, 같은 온도계로 쇠막대를 재서 또 같은 온도가 나왔다고 해 봐요. 버튼으로 온도계를 양쪽에 차례로 대 보세요. 둘 다 온도계와 같은 온도라면, 물과 쇠막대를 직접 맞대지 않아도 둘은 서로 같은 온도예요.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이 당연함이 바로 온도라는 개념이 성립하는 토대예요. 이것을 열역학 제0법칙이라고 해요. A가 C와 평형이고 B도 C와 평형이면 A와 B도 평형이라는 거죠. 이 법칙 덕분에 온도계라는 기준 하나로 세상 모든 것의 온도를 줄 세워 비교할 수 있어요. 이 법칙이 하필 제0법칙이라는 이름을 얻은 건, 제1법칙과 제2법칙보다 더 밑바탕이 되는데도 그 둘이 이름을 다 가진 뒤에야 뒤늦게 정리되어서 1번 앞자리에 끼워 넣어야 했기 때문이에요.

빠른 적용정리하면, 압력과 온도는 둘 다 분자 운동을 거시 세계의 숫자로 요약한 거예요. 압력은 수많은 분자가 벽을 두드리는 충돌의 합이고, 분자가 많거나 빠를수록 커져요. 온도는 분자 한 개가 갖는 운동에너지의 평균이고, 뜨겁다는 건 분자가 빠르다는 뜻이에요. 두 물체가 닿으면 빠른 쪽이 느린 쪽에 운동을 나눠 주며 같은 온도에서 멈추는데, 이게 열평형이에요. 온도를 끝까지 낮춰 분자 운동이 멈추는 바닥이 절대영도, 섭씨 영하 273도이고, 여기를 0으로 삼은 눈금이 켈빈이라 열역학은 늘 켈빈을 써요. 그리고 C와 각각 평형인 A와 B는 서로도 평형이라는 제0법칙 덕분에 온도계로 온도를 비교할 수 있어요. 다음 강에서는 이 온도와 압력에 따라 물질이 고체, 액체, 기체로 갈리는 상태도를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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