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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어장
열역학

물질의 상은 압력과 온도가 정한다

P-T 상태도로 고체·액체·기체를 가르고, P-v 포화 돔과 삼중점·임계점까지

얼음과 물, 수증기는 다른 물질이 아니라 똑같은 H2O가 압력과 온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있는 것뿐이다. 상태도 위에서 점을 끌어 옮겨 보면 온도를 높이거나 압력을 낮출 때 같은 물질이 고체에서 액체로, 액체에서 기체로 옮겨 가요. 이 지도가 바로 상태도인데, 가로축은 온도 세로축은 압력이고 평면은 고체와 액체와 기체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영역과 영역을 가르는 경계선 위에서는 두 상이 함께 존재하고 세 영역이 한 점에서 만나는 자리도 있는데, 이 한 장의 지도가 물질이 언제 얼고 언제 끓는지를 모두 담고 있어요.

상태도는 두 축으로 된 지도라, 가로는 온도이고 세로는 압력이다. 점을 끌어 평면 위를 돌아다니면 점이 놓인 영역이 그 조건에서 물질이 어떤 상인지 알려 준다. 왼쪽 위 차갑고 높은 압력 쪽은 고체, 가운데는 액체, 오른쪽 아래 뜨겁고 낮은 압력 쪽은 기체예요. 온도만 높여도 고체가 녹고 압력만 낮춰도 액체가 끓을 수 있으니, 중요한 건 상이 물질의 종류가 아니라 조건에 달렸다는 것이다. 같은 물도 높은 산에서는 100도가 되기 전에 끓는데 산 위의 낮은 압력 때문에 상태도에서 끓는 경계가 옮겨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압력솥은 뚜껑을 꽉 닫아 안쪽 압력을 높여서 물이 100도를 넘어서야 끓게 만들어 더 뜨거운 물로 음식을 빨리 익혀요.

이번엔 영역을 가르는 경계선에 주목한다. 버튼으로 경계를 하나씩 고르면, 고체와 액체 사이 경계인 융해선 위에서는 얼음과 물이 함께 있고 액체와 기체 사이인 기화선 위에서는 물과 수증기가 함께 있어요. 고체와 기체가 바로 만나는 승화선도 있는데, 드라이아이스가 녹지 않고 바로 김으로 변하는 게 이것이다. 경계선 위에서는 두 상이 평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세 경계선이 한 점에서 만나는 자리가 삼중점이라 거기서는 고체와 액체와 기체가 동시에 사이좋게 공존해요. 물질마다 이 삼중점의 온도와 압력은 딱 하나로 정해져 있어요. 물의 삼중점은 언제 어디서 재도 늘 똑같이 나올 만큼 정확해서 삼중점을 재현하는 밀봉 셀이 온도계를 교정하는 기준점으로 쓰인다.

이번엔 압력과 부피로 그린 P-v 선도다. 가운데 봉긋한 돔이 보이는데 이 돔 안쪽이 포화영역, 곧 액체와 기체가 섞여 있는 구간이에요. 슬라이더로 부피를 늘리면 돔 왼쪽 바깥은 압축된 액체, 돔 안은 액체와 증기가 함께 있는 혼합물, 돔 오른쪽 바깥은 과열된 증기인 게 드러난다. 돔 안에서는 증기가 차지하는 비율을 건도라고 부르는데, 왼쪽 끝은 건도 0으로 막 끓기 시작한 포화액이고 오른쪽 끝은 건도 1로 완전히 증발한 포화증기예요. 돔의 왼쪽 곡선과 오른쪽 곡선이 만나는 꼭대기가 임계점인데 그건 마지막 장면에서 다룬다. 이 돔과 건도는 발전소에서 특히 중요한데, 액체 방울이 남은 젖은 증기는 건도가 낮아 터빈 날개를 갉아먹기 때문에 기술자들은 바로 이 건도를 눈여겨봐요.

끓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본다. 냄비의 물이 끓을 때 불을 아무리 세게 올려도 물의 온도는 100도에서 더 오르지 않는데, 슬라이더로 증발이 진행되는 정도를 끌면 액체가 점점 증기로 바뀌면서도 온도도 압력도 그대로예요. 더해 준 열은 온도를 올리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분자를 액체에서 떼어내 기체로 만드는 데 통째로 쓰이는데, 이걸 잠열이라고 한다. 그래서 상이 바뀌는 동안은 등온이면서 등압이고 부피만 크게 늘어나며, P-v 선도에서 이 과정이 돔 안을 가로지르는 평평한 선으로 나타나요. 끓는 물이 다 증발할 때까지 온도계가 꼼짝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잠열 덕분에 땀이 식혀 주기도 하는데,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에서 잠열을 그만큼 빼앗아 가기 때문에 시원해져요.

마지막은 돔의 꼭대기, 곧 임계점이다. 슬라이더로 온도를 올리면 온도가 높아질수록 돔을 가로지르는 평평한 구간, 그러니까 액체와 기체가 갈리는 구간이 점점 짧아지다가 임계온도에 이르면 한 점으로 쪼그라든다. 이 점이 임계점이에요. 이 온도와 압력을 넘어서면 액체와 기체의 구분이 아예 사라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끓는 경계도 없고 어디까지가 액체이고 어디부터가 기체인지 말할 수 없는 이 상태를 초임계 유체라고 하는데, 액체처럼 빽빽하면서 기체처럼 자유롭게 퍼져요. 그래서 임계점은 상태도에서 끓음의 경계가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초임계 상태는 실제로도 쓰이는데, 초임계 이산화탄소는 기체처럼 원두 속으로 파고들면서 액체처럼 카페인을 녹여 내서 커피의 카페인을 빼는 데 이용돼요.

빠른 적용정리하면 물질의 상은 종류가 아니라 압력과 온도가 정하고, 상태도는 온도와 압력의 평면을 고체와 액체, 기체 영역으로 나눈 지도다. 영역을 가르는 융해선과 기화선과 승화선 위에서는 두 상이 공존하고, 셋이 한 점에서 만나는 삼중점에서는 세 상이 함께 있어요. 압력과 부피로 그린 P-v 선도에서는 포화 돔 안이 액체와 증기의 혼합 구간이고 그 비율이 건도다. 끓는 동안에는 온도도 압력도 그대로인 채 열이 통째로 상변화에 쓰여서 과정이 등온이고 등압이며, 돔의 꼭대기 임계점을 넘으면 액체와 기체의 구분이 사라져요. 다음 강에서는 이렇게 부피가 변할 때 기체가 하는 일, 곧 경계일을 P-V 선도의 넓이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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