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체의 평형은 힘 합도 0, 모멘트 합도 0
입자는 점이라 힘의 합만 0이면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다리와 기중기, 책상처럼 크기가 있는 물체, 곧 강체는 사정이 다른데 힘이 평형이어도 짝을 이뤄 비틀면 빙글 돌아 버려요. 그래서 강체가 진짜로 멈춰 있으려면 옆으로도 위아래로도 밀리지 않을 것, 그리고 어느 쪽으로도 돌지 않을 것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식으로는 힘의 합이 0, 그리고 모멘트의 합도 0이에요. 평면에서는 이 두 조건이 딱 세 개의 식으로 풀리고, 이 세 식이 다리 받침이 떠받치는 힘 같은 보이지 않는 반력을 계산하는 열쇠다. 먼저 힘은 균형인데도 물체가 도는 경우부터 본다.
직사각형 강체에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두 힘이 작용한다. 힘의 합을 보면 정확히 0이라 입자라면 이걸로 평형인데, 버튼을 눌러 두 힘을 어긋나게 놓으면 합력은 여전히 0인데도 물체가 빙글 돌기 시작해요. 우력이 생겨 모멘트가 0이 아니게 됐기 때문인데, 힘은 평형이지만 회전은 평형이 아닌 상태다. 반대로 두 힘을 같은 작용선에 놓으면 모멘트도 0이 되어 완전히 멈춰요. 이래서 강체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데, 힘의 합뿐 아니라 모멘트의 합까지 0이어야 비로소 평형이다.
그래서 강체 평형의 조건은 두 줄이다. 첫째로 모든 힘의 벡터합이 0인데 이건 물체가 어느 쪽으로도 평행이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로 모든 모멘트의 합이 0인데 이건 어느 점을 기준으로 잡아도 물체가 돌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가운데 짐 P를 두 받침이 떠받치고 있는데, 두 반력 R1과 R2를 조절해 위쪽 힘 게이지와 아래쪽 모멘트 게이지를 동시에 0으로 맞춰 보면 된다. 하나만 0이어선 안 되는데, 힘만 0이면 제자리에서 기울고 모멘트만 0이면 통째로 미끄러져요. 둘 다 0일 때, 그리고 그때만 강체가 진짜로 정지한다.
벡터로 쓴 두 조건을 평면에서는 성분으로 풀어 세 개의 스칼라 식으로 바꾼다. 힘의 합이 0은 가로와 세로로 갈라져 ΣFx = 0, ΣFy = 0 두 식이 되고 모멘트의 합이 0은 ΣM = 0 한 식이 되니, 합쳐서 딱 세 식이에요. 비스듬한 하중의 각을 끌면 핀과 롤러가 만드는 세 반력이 세 식을 항상 만족시키도록 따라 움직인다. 식이 세 개라는 건 미지수를 정확히 세 개까지 풀 수 있다는 뜻이라 아주 중요하다. 입자는 식이 두 개라 미지수가 둘이었지만 강체는 회전 식이 하나 더 생겨 미지수 셋까지 감당해요. 모멘트 식의 기준점은 아무 데나 잡아도 되지만, 모르는 힘이 많이 지나는 점을 고르면 식이 간단해진다.
이제 세 식의 진짜 위력을 본다. 두 받침 위에 놓인 단순보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한쪽에 치우쳐 하중 P가 얹혀 있는데, 두 받침이 떠받치는 반력 R1과 R2는 평형 식으로 바로 나와요. 왼쪽 받침을 기준으로 모멘트 합을 0으로 놓으면 그 점을 지나는 R1은 식에서 빠지고 R2가 단번에 풀리며, 그다음 세로 힘의 합 0에서 R1을 구한다. 하중 위치를 끌면 P가 어느 받침에 가까워질수록 그쪽 반력이 커지는 게 보여요. 시소와 똑같은 이치라, 무거운 짐을 한쪽으로 몰면 그쪽 다리가 더 많이 받친다.
마지막으로 세 식으로 풀 수 있는 미지수는 딱 셋까지라는 한계를 짚는다. 받침이 만들어 내는 미지 반력의 개수를 세 식의 개수와 견줘 보는 것인데, 버튼으로 받침 구성을 바꾸면 차이가 드러나요. 핀과 롤러로 받친 단순보는 미지수가 셋이라 식 셋으로 깔끔하게 풀리고, 이걸 정정이라고 한다. 핀을 양쪽에 두면 미지수가 넷이 되어 식이 모자라는데, 이건 부정정이라 평형 식만으로는 못 풀고 재료의 변형까지 따져야 해요. 거꾸로 받침이 모자라 미지수가 둘 이하면 물체가 움직여 버리는 불안정한 구조, 곧 메커니즘이다. 좋은 구조 설계의 출발점이 바로 이 개수 맞추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