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는 파동이면서 입자다
전자 하나, 빛 알갱이 하나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넓게 퍼진 파동처럼 굴지만, 검출되는 순간에는 한 점에 찍히는 입자가 된다. 이 두 얼굴을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실험이 이중 슬릿이에요. 입자가 하나씩 도착해 점으로 쌓이고, 그 점들이 모이면 밝고 어두운 줄무늬가 생긴다. 점이 모일수록 파동의 무늬가 드러난다.
점 하나하나는 입자가 한 자리에 도착한 자국이지만, 쌓인 무늬 전체는 파동의 간섭이다. 슬릿 간격 d를 줄이면 줄무늬 간격이 넓어지고, 그 관계는 Δy = λL/d 예요. λ는 드 브로이 파장 λ = h/p로,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이고, 파수는 k = 2π/λ다. 입자를 한 번에 하나씩 아주 띄엄띄엄 보내도 같은 줄무늬가 쌓이니, 각 입자는 다른 입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간섭해요. fire 버튼을 누를 때마다 간섭 세기를 따라 점이 한 무더기씩 쌓인다. 점이 쌓이는 자리가 무늬를 만들고, 그 무늬는 그 자리에 남는다.
슬릿이 하나뿐이어도 파동의 본성은 남는다. 빛이나 전자가 좁은 틈을 지나면 넓은 중앙 띠로 퍼지고, 그 모양이 sinc² 포락선이에요. 틈을 좁힐수록 퍼짐은 오히려 더 넓어진다. 위치를 좁히면 운동량이 흐려지는 불확정성 원리의 한 모습이고, 렌즈와 현미경의 해상도를 제한하는 회절 한계이기도 해요. 슬릿 폭을 움직이면 좁은 틈이 더 넓게 퍼지는 것이 보인다. 좁힐수록 퍼진다는 맞바꿈이 이 그림의 핵심이고, 작은 것을 가려 보려는 모든 기구 밑에 이 맞바꿈이 깔려 있다.
어느 슬릿으로 지나갔는지 알아내려고 경로 검출기를 켜면 어떻게 될까요. 검출기를 끄면 줄무늬가 살아 파동처럼 보이고, 켜면 줄무늬가 사라져 밋밋한 띠만 남아요. 검출기가 입자를 거칠게 밀쳐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느 경로인지 알게 되는 것 자체가 간섭을 지운다. 그 경로 정보를 나중에 지우면 줄무늬가 되살아나는 것도 실험으로 확인됐어요. 토글을 ON/OFF로 바꾸면 관측 자체가 간섭을 지운다는 것이 드러난다. 경로를 아는 일이 무늬를 지우고, 그 경로를 잊으면 무늬가 돌아온다.
검출되기 전 입자는 한 점이 아니라 좁게 뭉친 파동 덩어리, 곧 파속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흐르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이 덩어리는 옆으로 퍼지고 높이는 낮아져요. 퍼지는 까닭은 안에 든 여러 파장 성분이 조금씩 다른 속도로 나아가기 때문이고, 그래서 자유 입자의 위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불확실해진다. 전파 거리를 키우면 파속이 어떻게 넓어지며 흐려지는지 보인다. 멀어질수록 덩어리는 흐려지고, 그 흐림이 곧 위치가 불확실해진다는 뜻이다.
두 얼굴은 같은 양자의 서로 보완하는 그림이다. 토글을 파동 쪽으로 두면 매끄러운 파동이 보이고, 입자 쪽으로 두면 운동량 화살을 단 점 하나로 바뀌어요. 두 그림 모두 필요하지만 한 번에 함께 나타나지는 않는데, 이것이 상보성이다. 어느 얼굴이 드러나는지는 대상 자체가 아니라 어떤 실험을 고르는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닐스 보어는 상보성 원리로 정리했어요. 토글을 오가면 같은 대상의 두 측면이 번갈아 나타난다. 한 번에 한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