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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양자는 벽을 통과해 새어 나간다

고전적으로 못 넘는 벽 안에서도 파동함수는 0이 아니라 지수적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투과 확률 T로 벽 너머에 새어 나간다.

고전 세계라면 에너지가 모자란 공은 언덕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튕겨 나온다. 양자 세계에서는 입자의 에너지 E 보다 높은 벽 V 안에서도 파동함수가 0 으로 끊기지 않고 e−κx 꼴로 잦아들 뿐이어서, 벽이 얇으면 반대편까지 작은 진폭이 남는다. 그래서 입자가 벽을 통과할 확률 T 가 0 이 아니고, 이것을 터널 효과라 한다. 1928년 가모프는 이 효과로 원자핵의 알파 붕괴를 설명했고, 오늘날에는 원자를 보는 현미경과 플래시 메모리가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벽을 만난 파동이 어떻게 되는지는 벽 안과 벽 너머의 모양을 나눠 보면 분명해진다. 아래 그림은 왼쪽에서 들어오는 파동이 두께 w 인 벽을 만나는 모습으로, 벽 위의 V > E 는 입자의 에너지가 벽 높이보다 낮다는 뜻이다. 왼쪽의 진동은 벽에 들어서면 출렁임을 멈추고 매끄럽게 줄어들다가, 벽 오른쪽에서 같은 파장의 작은 진동으로 다시 살아난다. 벽 안의 감쇠율 κ 는 1.1 로 고정되어 있고, 아래 숫자는 오른쪽으로 새어 나간 진폭 e−κw 로 처음 두께 1.4 에서 0.214 이며, 슬라이더로 0.5 까지 얇게 하면 0.577, 2.6 까지 두껍게 하면 0.057 이 된다. 통과할 확률은 진폭의 제곱을 따르므로 두께 1.4 에서는 0.046 쯤으로, 진폭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든다. 그림은 벽에서 되튀는 반사파를 빼고 모양만 단순하게 그렸지만, 파동함수가 벽 안에서도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는 핵심은 그대로이다.

얼마나 새어 나가는지는 투과 확률 T 하나로 적는다. 아래 그림은 벽 높이 V = 1 인 사각 장벽에서 입자 에너지 E 에 따라 투과 확률 T 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그린 것이다. T 는 0 에서 1 사이의 단위 없는 확률로, 처음 값 E = 0.30V 에서 0.082 이고, 슬라이더로 E 를 0.90V 까지 올리면 0.388, E = V 에 닿으면 0.452 가 된다. 벽 안에서 파동이 잦아드는 빠르기는 κ = √(2m(V − E))ℏ 로 정해지고, 벽이 두꺼우면 T 는 대략 16·EV(1 − EV)·e−2κL 이라 지수 부분이 크기를 좌우한다. E 가 V 에 가까워질수록 κ 가 작아져 T 가 빠르게 커지지만, 이 벽에서는 E = V 에서도 T 가 절반에 못 미치고, 벽보다 에너지가 큰 입자도 일부는 반사된다. 지수에 들어 있는 κL 이 조금만 커져도 T 가 몇 배씩 줄어들기 때문에, 터널 효과는 벽의 두께와 높이에 매우 민감하다.

고전 입자와 양자 입자의 차이는 같은 조건에 나란히 놓으면 가장 뚜렷하다. 아래 그림은 에너지가 E = 0.5 인 입자가 같은 벽에 부딪히는 두 경우를 위아래로 나란히 놓은 것이다. 위의 고전 입자는 벽이 에너지보다 높으면 예외 없이 튕겨 나와 T = 0 이지만, 아래의 양자 입자는 같은 조건에서도 일부가 벽을 지나 오른쪽에 T 만큼의 막대를 남긴다. 처음 벽 높이 V = 1.20 에서 양자 쪽 T 는 0.175 이고, 슬라이더로 V 를 2.00 까지 올리면 0.036, 3.00 까지 올리면 0.007 로 줄어든다. 벽이 높아질수록 κ 가 커져 통과가 급격히 줄지만, 어떤 높이에서도 정확히 0 이 되지는 않는다. 고전역학에서는 들어갈 수 없는 영역에도 파동함수는 스며들고, 그 스며든 몫이 벽 너머에서 실제로 검출된다.

벽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확대하면, 진폭은 출렁이지 않고 e−κx 꼴로 매끄럽게 줄어드는 꼬리다. 아래 그림의 칠한 곳이 두께 L 인 벽 속이고, 오른쪽 끝의 초록 막대가 벽을 다 지난 x = L 에서 남은 진폭이다. 슬라이더로 감쇠율 κ 를 처음 값 0.80 에서 0.30 으로 줄이면 남은 진폭이 0.091 에서 0.407 로 커지고, 2.20 까지 키우면 0.001 로 거의 사라진다. κ 는 √(V − E) 에 비례하므로 벽을 높이면 κ 가 커지고, 벽 두께가 같아도 꼬리가 훨씬 가파르게 떨어진다. 남은 진폭이 작을수록 새어 나가는 확률도 그 제곱만큼 작아지므로, 꼬리의 기울기가 곧 터널링의 세기다.

이 새어 나감은 자연과 기술 곳곳에 있다. 아래 그림의 버튼으로 세 장면을 고르면 장벽 그림은 그대로 두고 양쪽의 이름과 설명만 바뀐다. 알파 붕괴에서는 원자핵 안의 알파 입자가 핵의 장벽을 터널링해 나오는데, 통과 확률이 지수로 민감하기 때문에 알파 입자의 에너지가 두 배쯤 차이 날 뿐인데도 반감기는 폴로늄-212 의 0.3 μs 에서 토륨-232 의 약 1.4 × 10¹⁰ 년까지 벌어진다. 주사 터널링 현미경은 날카로운 탐침과 표면 사이로 흐르는 터널 전류가 간격이 0.1 nm 줄 때마다 열 배쯤 커지는 성질을 이용해 원자 하나하나의 높낮이를 그리며, 1981년 IBM 취리히 연구소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플래시 메모리는 전자가 얇은 산화막을 터널링해 부유 게이트에 들어가거나 빠져나오게 해서, 전원이 꺼져도 남는 전하로 비트를 저장한다.

빠른 적용정리하면 입자의 에너지보다 높은 벽 안에서도 파동함수는 끊기지 않고 e−κx 꼴로 잦아들며, κ = √(2m(V − E))ℏ 가 그 빠르기를 정한다. 그래서 벽 너머에 작은 진폭이 남아 투과 확률 T 가 0 이 아니고, 두꺼운 벽에서는 T 가 e−2κL 에 비례해 벽의 두께와 높이에 지수로 민감하다. 같은 장벽이라도 고전 입자는 반드시 튕겨 나오지만 양자 입자는 일부가 지나가며, 이 차이가 알파 붕괴의 반감기, 주사 터널링 현미경의 원자 영상, 플래시 메모리의 저장을 모두 설명한다. 태양 중심에서 수소가 융합하는 것도 양성자들이 서로 밀어내는 전기적 장벽을 터널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다음 강에서는 하나의 입자가 여러 상태를 동시에 가지는 중첩과, 측정이 그 중첩을 어떻게 한 결과로 정하는지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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