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이 유한하면 갇힌 상태도 유한하다
무한 상자에서는 벽이 끝없이 높아 정상파를 얼마든지 쌓을 수 있었다. 현실의 우물은 깊이 V0가 유한하다. 그래서 안에 갇힐 수 있는 상태, 곧 에너지 E가 −V0와 0 사이인 상태의 수가 유한하게 정해진다. 파동함수는 벽 너머로 e−κ|x|처럼 새어 나간다. κ는 터널링에서 본 감쇠 상수와 같은 양이고, 갇힌 상태는 E가 0보다 작다. 첫 그림은 깊이를 바꾸며 사다리 칸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을 보여 준다.
깊이 V0와 반너비 a가 함께 정하는 무차원 수가 강도 z0 = a·√(2 m V0)/ℏ다. 갇힌 상태의 수는 대략 1 + floor(z0 / (π/2))이고, 아무리 얕아도 최소 한 개는 있어요. V0를 키우면 z0가 π/2의 배수를 넘을 때마다 우물 안에 새 가로대가 하나씩 솟는다. 그림은 우물 벽과 그 안의 준위 선을 같이 그려요.
갇힌 상태 하나의 모양을 가까이 본다. 우물 안에서는 파동수 k = √(2 m (E + V0))/ℏ로 진동하고, 벽 밖에서는 e−κ|x|로 부드럽게 잦아들어요. κ = √(−2 m E)/ℏ인데, E가 0보다 작아서 잘 정의된다. E를 0에 가깝게, 곧 우물을 얕게 올리면 꼬리가 더 통통해지고 멀리 뻗어요. 입자는 고전에서는 못 가는 영역까지 새어 나간다.
허용되는 에너지는 어떻게 나올까요. 짝상태는 k·tan(ka) = κ, 홀상태는 −k·cot(ka) = κ라는 초월방정식을 푼다. 그림으로 푼다. 반지름 z0인 사분원과 tan, −cot 가지를 한 평면에 겹치면 만나는 점이 허용된 에너지예요. z0를 키우면 사분원이 커지고 교점의 수가 늘어난다.
E를 천천히 움직여 0을 지나게 한다. E가 0보다 작은 동안은 양쪽 꼬리가 잦아드는 갇힌 상태, 곧 우물 안에 머무는 입자예요. E가 0을 넘어 양수가 되면 더는 갇히지 않고 양옆으로 끝없이 뻗는 산란 상태가 된다. 그때 에너지는 띄엄띄엄하지 않고 연속이에요. E < 0은 이산 스펙트럼이고, E > 0은 연속 스펙트럼이다.
마지막으로 우물을 점점 깊게 한다. V0를 키우면 κ가 커져 꼬리가 빨리 사라지고, 안의 파형은 양 끝이 0인 무한 상자의 sin 모양에 가까워져요. 에너지 사다리도 무한 상자의 Eₙ ∝ n² 쪽으로 다가간다. 유한 우물 파형 위에 무한 상자의 결과를 겹쳐 보이므로, V0 → ∞ 극한이 익숙한 상자로 돌아가는 것이 한눈에 들어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