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틈과 모서리에서 휘어 퍼진다
빛이 좁은 틈이나 날카로운 모서리를 지나면 곧게 가지 않고 휘어 퍼져요. 한 틈의 세기 무늬는 sinc²로 그려지는데, 이건 양자 묶음의 확률 밀도가 아니라 고전적인 빛 세기예요. 여러 틈을 늘어세운 회절격자와 하위헌스의 잔물결 그림은 양자 묶음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빛이 폭 a인 한 틈을 지나면 스크린에 밝은 중앙 봉우리와 그 양옆의 어두운 최소가 생겨요. 최소는 a·sinθ = mλ에서 나타나고, 세기 곡선은 sinc² 모양입니다. 틈을 좁힐수록 회절이 더 크게 퍼져요. 첫 최소가 sinθ = λ/a에 놓이므로 퍼짐은 파장과 틈 폭의 비 λ/a로 정해지고, 틈이 파장만큼 좁아지면 빛은 거의 반원으로 퍼져요.
하위헌스는 파면 위의 모든 점이 새 잔물결의 파원이라고 했어요. 틈 안의 수많은 파원에서 나온 잔물결을 각 방향으로 더하면, 서로 보강되고 상쇄되며 회절 무늬가 만들어져요. 파원을 촘촘히 늘릴수록 그 합은 매끈한 sinc² 포락선으로 모입니다. 똑바로 앞쪽에서는 모든 잔물결이 같은 위상으로 도착해 남김없이 더해지지만, 옆으로 갈수록 위상이 조금씩 어긋나 상쇄되기 때문에 중앙이 가장 밝아요.
틈을 여러 개 규칙적으로 늘어세운 것이 회절격자예요. 틈 개수 N이 커질수록 주된 봉우리는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점점 뾰족하고 밝아집니다. 봉우리 위치는 이웃 틈 간격 d에 대해 d·sinθ = mλ로 정해져요. 틈이 많을수록 봉우리 사이 빛이 더 완전히 상쇄되어 선폭이 1/N에 비례해 좁아지므로, 분광기는 선을 수천 개 새겨 파장을 더 잘게 가릅니다.
같은 격자라도 파장 λ가 다르면 회절 각이 달라져요. d·sinθ = mλ에서 λ가 길수록 각이 커지니, 여러 색이 부챗살처럼 갈라집니다. 이렇게 빛을 파장별로 나누는 것이 분광의 핵심이에요. mλ가 d를 넘으면 그 차수는 나타날 수 없습니다. CD나 DVD 표면이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것도 촘촘한 홈이 격자로 작용해 흰빛을 파장별로 갈라 놓기 때문이에요.
이제 무늬 위에서 탐침을 직접 끌어 봐요. 각 위치의 각도 θ를 읽고, a·sinθ = mλ의 정수 m으로 그 자리가 몇 번째 최소인지 확인합니다. 중앙에서는 세기가 최대이고, 정수 m마다 어두운 최소가 규칙적으로 놓여요. 어두운 최소들 사이에는 점점 희미해지는 곁봉우리가 자리하는데, 이것이 sinc² 곡선의 옆 물결이고 그 세기는 중앙 봉우리에 견주면 훨씬 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