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성역에서 σ는 ε에 비례한다
앞에서 힘 쪽의 응력 σ 와 변형 쪽의 변형률 ε 을 따로 만났다. 이제 둘을 한 그래프에 같이 올린다. 가로축에 ε, 세로축에 σ 다. 시편을 조금씩 당기며 점을 찍어 나가면 곡선 하나가 그려지는데, 이게 그 재료의 신분증이에요. 재료가 달라도 큰 얼개는 똑같이 나온다. 처음엔 곧은 직선, 그 다음 어디선가 꺾이고, 솟았다가 결국 끊어진다. 그 곧은 부분이 핵심이다. 거기선 σ 가 ε 에 정비례하고, 그 기울기가 바로 재료의 강성 E 예요. σ = E·ε, 이 한 줄이 재료역학에서 제일 많이 쓰는 식이다. 곡선의 나머지가 항복, 극한, 파단의 이야기다.
시편 하나를 잡고 천천히 당겨 본다. 당김을 끌면 매 순간의 변형률 ε 과 그때 걸린 응력 σ 을 한 점으로 찍고, 점들이 이어지면서 선도가 그려져요. 처음엔 곧게 올라가다가 어느 지점부터 완만해지고, 한참 솟다가, 끝에선 시편이 잘록해지면서 곡선이 꺾여 내려온다. 옆의 시편을 보면 늘어나는 게 보이고 막판엔 한 군데가 가늘어진다. 이 곡선 하나에 그 재료가 힘을 어떻게 견디는지가 다 담겨 있어요. 강철과 고무와 콘크리트는 전혀 다른 모양을 그린다.
처음의 곧은 직선 구간을 확대해 본다. 여기가 탄성역이다. ε 를 끌면 σ 가 딱 정비례로 따라와요. ε 를 두 배 주면 σ 도 두 배다. 직선이기 때문이다. 이 직선의 기울기가 영률(Young's modulus) E 다. σ = E·ε.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같은 변형률에 더 큰 응력이 걸린다는 뜻이고, 그게 곧 단단하다는 것이에요. 탄성역에선 힘을 풀면 시편이 원래 길이로 정확히 돌아온다. 고무줄을 적당히 당겼다 놓는 것과 같다. σ = E·ε 는 후크의 법칙이라 부르고, 탄성 설계의 거의 모든 계산이 여기서 출발해요.
직선은 영원히 가지 않는다. 어느 응력을 넘으면 재료가 항복하는데, 그 점이 항복점이다. 항복을 넘긴 뒤에 힘을 풀면 시편이 원래로 돌아오지 않아요. 최대 변형을 끌어서 항복 너머까지 당겼다 놓아 본다. 내려오는 길은 처음 올라갈 때의 탄성 기울기와 나란한 직선이고, 0 에 닿는 자리가 원점이 아니다. 그만큼이 영구변형, 영원히 남는 늘어남이에요. 탄성역 안에서 놓으면 깔끔하게 원점으로 돌아오지만 항복을 넘기면 흔적이 남는다. 그래서 설계는 보통 항복점 아래, 탄성역 안에 머물도록 안전율을 둔다.
E 는 재료마다 정해진 고유한 값이다. 모양이나 크기가 아니라 재료가 무엇이냐가 E 를 정한다. 버튼으로 재료를 바꾸면 강철은 직선이 아주 가파르고, 알루미늄은 그보다 완만하고, 콘크리트는 더 누워 있어요. 같은 ε 을 줘도 강철엔 훨씬 큰 σ 가 걸린다는 뜻이고, 그게 강철이 더 단단하다는 의미다. 강철의 E 는 약 200 GPa, 알루미늄은 약 70 GPa 정도다. 주의할 건 E 가 크다고 더 강한, 곧 잘 안 부러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E 는 강성, 곧 얼마나 안 휘느냐이고 부러지는 건 항복과 극한으로 재는 강도다. 둘은 다른 성질이다.
직선 너머의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 본다. 곡선을 끌면 세 지점을 지난다. 먼저 항복점, 재료가 영구변형을 시작하는 곳이다. 그 다음 한참 솟아오른 꼭대기가 극한강도, 재료가 버틸 수 있는 최대 응력이에요. 거기서부터 시편 한 군데가 가늘어지는 네킹이 시작되고, 곡선은 솟던 것을 멈추고 꺾여 내려온다. 그리고 마침내 파단, 끊어지는 점이다. 설계자는 보통 항복강도를 한계로 잡고 극한강도까지의 여유를 안전 margin 으로 둬요. 항복강도, 극한강도, 영률, 이 세 숫자가 그 재료를 쓸 수 있는지 없는지를 거의 다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