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은 면을 따라 미끄러뜨린다
지금까지는 면을 똑바로 잡아당기거나 누르는 수직응력이었다. 그런데 힘이 면에 평행하게, 면을 따라 작용하면 어떻게 될까.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미끄러뜨려요. 가위가 종이를 자르고 볼트가 두 판 사이에서 끊어지는 게 다 이것이다. 이때 걸리는 게 전단응력 τ 이고, 그 결과로 생기는 비뚤어짐이 전단변형 γ 다. 놀라운 건 앞에서 본 인장 이야기가 그대로 한 번 더 반복된다는 점이에요. σ 자리에 τ, ε 자리에 γ, 그리고 E 자리에 G 만 넣으면 된다. τ = G·γ, 모양이 똑같다. 이름과 방향만 다른 형제예요.
먼저 전단이 무엇인지 손에 잡아 본다. 카드 더미나 두꺼운 책을 떠올리면 된다. 위를 옆으로 밀면 늘어나는 게 아니라 한 장 한 장이 아래 장에 대해 조금씩 미끄러져요. 그래서 반듯하던 더미가 비스듬한 평행사변형이 된다. 위젯에서 맨 위를 밀면 층마다 어긋나며 전체가 기운다. 이게 전단의 본질이에요. 힘이 면에 평행하게 작용해서 면을 따라 미끄러뜨리는 것이다. 인장이 양 끝을 떼어 놓는 것이라면, 전단은 층을 옆으로 밀어 어긋나게 하는 것이다.
이제 그 전단력을 응력으로 바꾼다. A1 에서 했던 것과 똑같다. 면을 따라 미는 힘 V 를 그 힘이 작용하는 면적 A 로 나누면 전단응력이에요. τ = VA. 핀 하나가 위아래로 엇갈려 당겨지면 가운데 면을 따라 잘리려 한다. 그 면이 전단면이고 거기 걸리는 게 τ 다. V 를 끌면 전단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라요. 수직응력 σ = PA 와 식이 똑같다. 다른 건 단 하나, 힘이 면에 수직이냐 평행이냐다. 수직이면 σ, 평행이면 τ 이고 단위는 둘 다 MPa 다.
전단응력이 걸리면 재료는 어떻게 반응할까. 비뚤어진다. A2 에서 잠깐 봤던 그 전단변형 γ 가 여기서 제대로 등장해요. τ 를 끌어 정사각형 요소에 전단을 주면 반듯하던 직각이 무너지면서 요소가 평행사변형으로 기운다. 그 무너진 각이 전단변형 γ 다. 수직변형 ε 가 길이의 비율이었다면 전단변형 γ 는 각의 변화예요. 길이로는 잴 수 없는 변형이라 각으로 재는 것이다. τ 가 클수록 γ 도 커진다. 응력 τ 와 변형 γ 가 다 모였으니 이제 둘을 이을 차례다.
인장에서 σ = E·ε 였던 후크의 법칙이 전단에서도 똑같이 성립한다. τ = G·γ. γ 를 끌면 탄성역에선 τ 가 γ 에 정비례하고, 그 직선의 기울기가 전단탄성계수 G 예요. G 는 재료가 미끄러짐에 얼마나 버티느냐, 곧 전단 강성이다. E 가 늘어남에 버티는 강성이었다면 G 는 비뚤어짐에 버티는 강성인 것이다. 둘은 남남이 아니에요. 같은 재료 안에서 E, G, 그리고 다음 강에서 볼 푸아송비 ν 가 한 식으로 묶인다. 보통 G 는 E 의 약 40% 쯤 된다. 강철이면 E 약 200 GPa 에 G 약 80 GPa 이다.
전단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현장이 볼트와 핀이다. 두 판을 볼트로 잇고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볼트는 두 판이 맞닿는 면을 따라 싹둑 잘리려 하는데, 그게 전단이에요. 버튼으로 단전단과 복전단을 비교해 본다. 단전단은 잘리는 면이 하나라 τ = VA 가 그대로 걸린다. 복전단은 가운데 판을 양쪽에서 감싸서 잘리는 면이 둘이 된다. 그러면 같은 힘 V 를 두 면이 나눠 받아 τ = V(2A), 응력이 절반으로 떨어져요. 그래서 중요한 연결부엔 일부러 복전단으로 설계한다. 핀이나 리벳을 고를 때 전단응력이 재료의 허용 전단강도를 넘지 않는지가 핵심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