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를 따라 V와 M이 어떻게 변하는가
B3 에서 굽힘응력 σ = MyI 를 만났다. 그런데 그 M 은 보의 위치마다 다르다. 다리 한가운데와 받침 근처가 같은 부담을 질 리 없어요. 보를 설계하려면 내력이 어떻게 퍼지는지 알아야 한다. 내력은 둘이다. 면을 따라 미끄러뜨리려는 전단 V, 그리고 휘게 만드는 모멘트 M. 이 둘을 길이에 따라 그린 것이 V·M 선도예요. 둘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다. M 의 기울기가 바로 V 이고, V 의 기울기는 분포하중이다. 선도에서 M 이 가장 큰 한 점이 보가 부러질 자리다. 같은 보라도 자리마다 부담이 다르고, 그 차이를 모르면 단면을 고를 수 없다. 선도가 그 자리를 집어 준다. 그 자리가 설계의 출발이다.
먼저 무대를 차린다. 양 끝을 받침으로 받친 단순보에 점하중 하나를 얹는다. 하중을 받치려면 두 받침이 위로 밀어 올려야 하고, 그 힘이 반력이에요. 평형이 반력을 정한다. 위아래 힘의 합이 0이고, 어느 점에 대한 회전의 합도 0이다. 그러면 하중에 가까운 받침이 더 많이 받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하중을 왼쪽으로 옮기면 왼쪽 반력이 커지고 오른쪽은 작아져요. 정확히는 R1 = P(L−a)L, R2 = P·aL 다. 이 반력을 먼저 구해 두는 일이 모든 보 해석의 출발점이다. 가까운 받침이 더 받는 것이 평형의 결과다.
이제 A1 에서 했던 가상 절단을 다시 꺼낸다. 보를 어느 위치에서 마음속으로 자르고 왼쪽 토막만 떼어 본다. 이 토막이 평형을 지키려면 잘린 면에 내력이 둘 있어야 해요. 위아래 힘의 균형을 맞추는 전단 V, 그리고 회전을 막는 모멘트 M 이다. 왼쪽 토막에 걸리는 힘을 모아 평형을 쓰면, 그 자리의 V 와 M 이 나온다. 절단 위치를 옮기면 자를 때마다 V 와 M 이 달라져요. 내력은 위치의 함수라, 자른 단면마다 다른 V(x), M(x) 를 갖는다. 자른 자리마다 속이 다르다는 것이 이 그림의 전부다. 한 점의 값으로 보 전체를 말하면 안 된다.
절단을 한 곳이 아니라 보의 처음부터 끝까지 옮겨 가며 V 를 적으면, 그 그래프가 전단력 선도다. 점하중만 있는 보에서는 모양이 단순해요. 하중과 하중 사이에서는 V 가 일정하다가, 하중을 지나는 순간 그 하중만큼 떨어지는 계단이다. 하중 위치를 옮기면 왼쪽 구간은 +R1 높이, 오른쪽 구간은 −R2 높이로, 하중점에서 P 만큼 점프하는 것이 보인다. 이 계단의 넓이가 모멘트와 이어지는데, 그것은 다음 장면에서 본다. 일단 전단 선도는 받침과 하중이 만드는 계단이라고 기억하면 된다. V 의 점프가 하중의 자리다.
이제 모멘트 선도다. 단순보에 점하중이면 M 은 양 끝에서 0이고, 하중점에서 뾰족한 정점을 찍는 삼각형이다. V 선도와 나란히 놓으면 숨은 규칙이 보여요. M 의 기울기가 바로 V 다. dM/dx = V. V 가 양수인 왼쪽에서는 M 이 일정한 기울기로 올라가고, V 가 음수인 오른쪽에서는 내려온다. 그리고 V 가 0이 되는 곳, 여기서는 하중점에서 M 이 정점을 찍어요. 하중 위치를 옮기면 V 계단이 움직이면서 M 삼각형의 꼭대기도 따라 움직인다. 이 관계 덕분에 V 만 알면 적분으로 M 을 그릴 수 있다. V 선도의 넓이가 M 의 변화이기 때문이에요. 기울기가 부호를 바꾸면 꼭대기가 생긴다.
이 모든 것이 중요한 이유는 앞 강의 굽힘에 있다. B3 에서 굽힘응력은 σ = MS, 모멘트에 비례했다. 그러니 보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M 이 가장 큰 자리예요. 거기서 응력이 최대라 먼저 항복하거나 부러진다. V·M 선도를 그리는 진짜 이유가 이것이다. 그 최대 M 한 값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 값만 알면 σmax = MmaxS 로 단면이 버티는지 바로 판정할 수 있어요. 하중 위치를 옮기면 정점이 따라 움직이고, 하중이 정확히 한가운데일 때 Mmax 가 가장 커진다. 설계자는 최악의 하중 위치를 가정해 Mmax 를 잡고, 거기에 맞춰 단면을 고른다. 선도의 그 한 점이 보 전체의 운명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