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터는 움직임이다
벡터라고 하면 화살표 그림이 떠오르기도 하고 (3, 2) 같은 숫자쌍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느 쪽이 진짜 벡터인지 헷갈렸다면, 둘 다 맞고 둘은 같은 것이라는 게 답이에요. 벡터는 이쪽으로 이만큼 가라는 움직임 하나다. 그 움직임을 화살표로 그리면 그림이 되고, 축마다 얼마씩 가는지 적으면 숫자쌍이 된다. 이 관점을 잡아 두면 벡터의 덧셈도, 뒤에 나올 행렬도 같은 말로 풀린다. 뒤의 「행렬은 변환이다」 강에서 행렬을 읽는 열쇠로 쓰는 î와 ĵ가 무엇인지도 이 강에서 먼저 밝혀 둔다.
벡터를 움직임으로 읽으면 (3, 2)는 오른쪽으로 3칸, 위로 2칸 가라는 지시다. 그림의 파란 화살표가 그 지시를 그린 것이고, 아래 줄의 숫자쌍은 같은 지시를 숫자로 적은 것이에요. 화살표 끝을 끌어 옮기면 숫자쌍이 반 칸 단위로 함께 바뀌는데, 그림과 숫자가 늘 같은 움직임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보면 방향과 길이가 한눈에 들어오고, 숫자로 적으면 계산이 쉬워진다. 문제에 따라 편한 쪽을 골라 쓰되 두 표기를 자유롭게 오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 그게 첫걸음이에요.
벡터 덧셈은 움직임을 이어 붙이는 일이다. 먼저 a만큼 가고 그 자리에서 b만큼 더 가면, 최종 도착점이 a + b예요. 앞 화살표의 머리에 다음 화살표의 꼬리를 붙인다고 해서 이 방법을 머리-꼬리 잇기(tip-to-tail)라고 부른다. 그림에서는 초록 화살표 a 끝에서 주황 점선이 출발하고, 원점에서 b 끝까지 이은 파란 화살표가 합이다. 초록 점이나 파란 점을 끌면 아래 식의 칸 값이 따라 바뀐다. 숫자로는 더 간단해서 칸끼리 더하기만 하면 되니 (3,2)+(1,4)는 (4,6)이다. 움직임을 차례로 잇는 것, 벡터 덧셈은 그게 전부예요.
벡터에 수를 곱하면 방향은 같은 직선 위에 머물고 거리만 바뀐다. 2를 곱하면 두 배 멀리 가고, 0.5를 곱하면 같은 방향으로 절반만 간다. 음수를 곱하면 길이는 그 크기만큼 늘거나 줄지만 방향이 정반대로 뒤집혀요. 슬라이더로 s를 움직이면 회색 화살표는 제자리에 있고, 곱한 화살표가 점선을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한다. s가 음수 쪽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 화살표는 반대편으로 건너가며 붉은색으로 바뀌어요. 벡터에 수를 곱하는 일은 방향은 그대로 두고 거리만 조절하는 일이다.
이제 이 강의 핵심이다. 오른쪽으로 한 칸 가는 î와 위로 한 칸 가는 ĵ, 기본 화살표 두 개를 준비한다. 이 둘을 늘이고 더하기만 해도 평면 위의 어떤 점이든 만들 수 있어요. (3, 2)는 î를 3개, ĵ를 2개 쓴 것이므로 3î + 2ĵ로 적는다. 파란 점을 끌면 원점에서 초록 점선을 따라 î 방향으로 먼저 가고, 이어서 주황 점선을 따라 ĵ 방향으로 올라가 그 점에 닿는 길이 그려진다. 아래 식에는 그 점이 î 몇 개와 ĵ 몇 개로 이루어졌는지가 적힌다. 평면 위의 모든 벡터는 결국 î를 얼마, ĵ를 얼마 쓰라는 조립법 하나로 적혀요. 뒤의 「행렬은 변환이다」 강에서 î와 ĵ가 옮겨 가는 자리만 알면 행렬 전체가 정해진다고 말하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점이 î와 ĵ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î와 ĵ로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답은 평면 전체이고, 2차원 공간이라는 말이 바로 이 뜻이다. 서로 다른 두 방향을 늘이고 더해서 닿을 수 있는 점을 모두 모은 것이 공간이에요. 두 방향이 같은 직선 위에 놓여 있다면 사정이 달라져서, 아무리 늘이고 더해도 그 직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림에서 처음에는 초록 u와 주황 w가 서로 다른 쪽을 가리키고, 무대 전체가 칠해져 있다. 「나란히」 버튼을 누르면 w가 u와 같은 직선 위로 돌아서고, 칠해진 영역이 그 직선을 따라가는 띠 하나로 줄어든다. 공간은 가진 방향들이 닿는 점 전부이고, 방향들이 서로 독립일 때 비로소 평면이 다 열린다. 나란하면 납작해진다는 이 관찰은 「행렬식은 넓이 배율이다」 강에서 다룰 행렬식 0과 곧장 이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