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방정식은 변환 거꾸로다
연립방정식 풀이는 학교에서 가감법이니 대입법이니 기계적으로 했다. 식 두 개 놓고 x랑 y를 소거하는 식인데, 그게 무엇을 하는 건지는 감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 연립방정식은 어떤 입력에 변환 A를 걸었더니 b가 나왔는데 원래 입력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이에요. 그러니까 변환을 거꾸로 되감는 일이다. 5강에서 행렬이 변환이라고 했고 6강에서 그 변환이 공간을 짜부라뜨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 두 개가 여기서 하나로 만난다. 연립방정식이 언제 풀리고 언제 안 풀리는지가 사실 다 그 그림이었어요.
Ax = b라는 식부터 그림으로 본다. A는 변환이고 x는 우리가 모르는 입력, b는 결과다. 변환 A를 평면에 걸면 모든 점이 어디론가 가는데, 그중에 딱 b 자리에 떨어지는 점이 우리가 찾는 x예요. 후보 점을 끌어 A를 통과시키다가 A를 건 결과가 b랑 딱 맞는 자리를 찾으면 그게 답이다. 연립방정식을 푼다는 건 결국 b에 도착하는 입력을 거꾸로 찾는 일이에요.
그럼 매번 후보를 찍어 볼 수는 없으니 더 똑똑한 방법이 있다. A가 공간을 휘어 놓은 것이라면 그 휘어 놓은 것을 정확히 되돌리는 변환도 있을 텐데, 그게 역행렬 A⁻¹이에요. A를 걸어서 격자가 찌그러진 다음 A⁻¹을 걸면 격자가 원래대로 딱 돌아온다. 그러니까 답은 x = A⁻¹b다. b를 거꾸로 도는 변환에 한 번 통과시키면 그게 바로 출발점이 된다. 연립방정식 푸는 공식이 사실은 되감기 버튼이었던 것이에요.
그런데 답이 항상 딱 하나일까. 변환이 공간을 안 짜부라뜨렸다면, 곧 6강에서 본 행렬식이 0이 아니라면 그렇다. 변환이 점들을 골고루 펼쳐 놓은 상태면 결과 b 하나에 대해 거기 떨어지는 입력은 정확히 하나뿐이기 때문이에요. b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그때마다 유일한 x가 따라붙는다. 되돌릴 수 있는 변환에는 답이 언제나 딱 하나, 이게 det이 0이 아니면 깔끔하게 풀린다는 말의 진짜 의미예요.
이제 행렬식을 0으로 만들어 본다. 6강에서 봤듯이 평면이 선 하나로 짜부라지는데, 여기서 묘한 일이 벌어져요. 결과 b가 그 선 위에 없으면 거기 도착하는 입력이 아예 없어서 답이 없다. 반대로 b가 그 선 위에 있으면 수많은 입력이 그 한 점으로 뭉개졌으니 답이 무수히 많다. b를 선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 답이 없거나 너무 많거나 둘 중 하나다. 6강에서 역행렬이 없다던 그 무서운 말이, 연립방정식에서는 깔끔한 답이 안 나온다로 똑같이 나타나는 것이에요.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배운 그림과 연결한다. 연립방정식 두 개를 그래프로 그리면 직선 두 개이고, 답은 두 직선이 만나는 점이다. 이 두 직선이 만난다는 그림이 방금 본 변환을 거꾸로 푼다는 그림과 똑같은 것이에요. 그리고 행렬식이 0일 때는 두 직선이 평행해서 안 만나거나, 아예 같은 직선이라 어디서나 만난다. 앞은 답이 없는 경우이고 뒤는 답이 무한한 경우다. 짜부라진 변환이 곧 평행한 직선이었던 셈이라, 두 그림이 사실 한 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