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모든 점에 값을 붙인다
일기예보 지도에서는 어느 도시를 찍든 그 자리의 기온을 읽을 수 있고, 바람 화살표도 지점마다 방향과 세기를 달고 있다. 이처럼 공간의 모든 점에 값을 하나씩 붙여 놓은 것이 장(field)이에요. 붙인 값이 숫자 하나면 기온 같은 스칼라 장, 화살표 하나면 바람 같은 벡터 장이다. 공학에서 다루는 온도와 압력, 속도와 응력은 예외 없이 장으로 서술된다. 벡터해석은 바로 이 장을 다루는 언어이고, 이 강이 그 첫 장면이에요.
먼저 스칼라 장부터 본다. 점마다 숫자 하나가 붙어 있고, 색이 따뜻할수록 값이 큰 온도 지도로 그려진다. 탐침을 끌면 어느 자리에 갖다 놓든 그 점의 온도가 아래에 곧바로 적혀요. 따뜻한 두 곳 근처에서는 값이 높고, 거기서 멀어질수록 낮아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값이 그 점에 미리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탐침은 값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거기 있던 것을 읽을 뿐이에요. 공간의 모든 점에 값이 빠짐없이 깔려 있는 것, 그것이 장이다.
장에는 두 종류가 있다. 점에 붙은 것이 숫자 하나면 스칼라 장, 화살표 하나면 벡터 장이에요. 「스칼라 장」과 「벡터 장」 버튼을 누르면 고도 지도와 바람 지도가 번갈아 나타난다. 스칼라 쪽은 고도라 점마다 얼마나 높은지 하나만 담겨 있고, 벡터 쪽은 바람이라 점마다 놓인 화살표가 어디로 얼마나 세게 부는지를 나타낸다. 같은 공간인데 붙여 놓은 정보의 종류가 다르다. 높이나 온도처럼 크기만 있으면 스칼라, 속도나 힘처럼 방향까지 있어야 하면 벡터예요.
이번에는 벡터 장을 가까이 본다. 배경에 옅은 화살표가 점마다 깔려 있다. 금색 탐침을 끌면 그 자리의 화살표만 굵게 살아나고, 아래에 가로와 세로 성분이 숫자로 떠요. 한 점의 화살표에는 어느 방향인지와 얼마나 센지가 한꺼번에 담겨 있다. 방향은 기울기가, 세기는 길이가 맡는데, 자리를 옮기면 둘이 함께 바뀐다. 이 장은 한쪽으로는 끌어당기고 다른 쪽으로는 밀어내는 안장 모양이라, 탐침을 이리저리 옮기면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벡터 장을 읽는다는 것은 관심 있는 점에서 이 화살표가 무엇인지 집어내는 일이에요.
장은 결국 함수다. 점 (x, y)를 넣으면 화살표 하나가 나오는 규칙이다. 그러니 규칙을 바꾸면 공간의 화살표 전부가 한꺼번에 다시 짜인다. 손잡이는 둘인데, 바깥흐름 s는 원점에서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고, 소용돌이 r은 빙글 돌린다. s만 키우면 사방으로 퍼지는 샘(source)이 되고, 음수로 내리면 빨아들이는 싱크(sink)로 뒤집혀요. r만 키우면 회오리가 되고, 둘을 섞으면 안으로 감기거나 밖으로 풀리는 나선이 나온다. 식 한 줄이 공간 전체의 화살표를 정하는 것, 이것이 장을 다루는 힘이에요.
장이 쓸모 있는 진짜 이유는 흐름을 정하기 때문이다. 장에 입자 하나를 떨어뜨리면 입자는 지금 서 있는 점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쪽으로 한 걸음 간다. 그리고 새 자리에서 다시 그 점의 화살표를 따라 또 한 걸음 간다. 이것을 되풀이하면 경로가 그려지는데, 이 경로를 유선(streamline)이라고 해요. 금색 씨앗을 여기저기 끌어 놓으면 출발점이 달라지는 만큼 따라가는 길도 갈리지만, 이 장에서는 어디서 출발하든 안으로 감기며 가운데로 빨려 들어요. 바람에 실린 먼지, 강물 위의 나뭇잎, 자기장 속에서 쇳가루가 늘어서는 선이 모두 이런 장의 선을 따른다. 다음 강부터는 이 장이 점에서 점으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