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은 넓이다
확률이라고 하면 보통 공식부터 떠올린다. 경우의 수를 세고 분수로 나누는 식이다. 그런데 확률을 훨씬 직관적으로 보는 방법이 있어요. 넓이로 보는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결과를 한 판 위에 펼쳐놓는다고 하자. 그 판 전체가 표본공간이고 넓이는 1, 곧 100%다. 무슨 일이든 반드시 이 판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어떤 사건은 그 판의 일부 영역이 되고,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그 영역이 판에서 차지하는 넓이다. 절반을 차지하면 확률 0.5, 4분의 1을 차지하면 0.25다. 이 한 장의 그림 위에서 확률의 거의 모든 규칙, 합과 교집합, 여사건, 조건부확률, 독립까지가 그냥 넓이를 더하고 빼고 쪼개는 일로 풀려요. 공식을 외우는 대신 넓이를 눈으로 보면 된다. 이번 강에서 그 판을 직접 그려가며 확률을 넓이로 만져 본다.
먼저 판부터 만든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결과의 모임을 표본공간이라 하고 보통 Ω라고 쓴다. 주사위 두 개를 굴린다면 결과는 (1,1)부터 (6,6)까지 36가지예요. 각 칸이 하나의 결과이고 모두 똑같이 일어날 법하니 각 확률은 136이다. 36칸을 다 더하면 1인데, 반드시 무언가는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가 꼭 셀 수 있는 것만 있는 건 아니에요. 0과 1 사이에서 아무 실수나 고르는 것처럼 결과가 연속일 수도 있다. 그럴 땐 표본공간을 칸이 아니라 통째로 단위정사각형 같은 영역으로 본다. 탭을 눌러 두 경우를 비교할 수 있어요. 셀 수 있든 연속이든 핵심은 똑같다. Ω는 가능한 모든 결과를 담은 판이고 그 전체의 확률은 항상 1이다. 이 전체가 1이라는 게 모든 계산의 출발점이에요.
이제 사건을 본다. 사건이란 우리가 관심 있는 결과들의 모임이다. 두 주사위 합이 7 같은 것이에요. 판 위에서 사건은 그저 한 영역이고,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은 그 영역이 판 전체에서 차지하는 넓이다. 전체 넓이를 1로 맞춰뒀으니 영역의 넓이가 곧 확률이다. 모서리를 끌어 사건 A의 크기를 바꾸면, A가 판의 절반을 덮을 때 P(A)는 0.5, 4분의 1만 덮으면 0.25가 돼요. 정말 그런지 점들로 확인할 수 있다. 판 위에 무작위로 점을 잔뜩 뿌리면 A 안에 떨어진 점의 비율이 A의 넓이에 가까워진다. 이게 몬테카를로라는 방법이고, 컴퓨터가 복잡한 확률을 구하는 실제 방식이에요. 확률을 넓이 또는 영역에 떨어질 비율로 보면 추상적이던 숫자가 눈에 보이는 면적이 된다.
사건이 영역이면 사건을 조합하는 것도 영역을 조합하는 일이다. 두 사건 A와 B를 겹쳐 두고 버튼을 눌러 본다. A 또는 B, 곧 합집합 A∪B는 두 영역을 합친 넓이예요. 단 겹친 부분을 두 번 세면 안 되니까 P(A∪B) = P(A) + P(B) − P(A∩B), 겹친 만큼 한 번 빼 준다. A 그리고 B, 곧 교집합 A∩B는 두 영역이 겹친 부분의 넓이로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다. A가 아닌 것, 여사건 Aᶜ는 판 전체에서 A를 뺀 나머지라 P(Aᶜ) = 1 − P(A)예요. 말로 들으면 헷갈리는 또는·그리고·아닌이 그림에서는 그냥 영역을 합치고 겹치고 도려내는 일이다. 벤다이어그램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 확률의 논리가 사실은 넓이의 기하학이기 때문이에요.
이제 가장 헷갈리지만 가장 강력한 개념인 조건부확률이다. B가 일어났다는 걸 알 때 A가 일어날 확률을 P(A|B)라고 쓴다. 그림으로 보면 너무 쉬워요. B가 일어났다는 정보는 우리의 세계를 통째로 B로 줄여 버린다. 이제 B 바깥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아예 무대에서 치운다. 토글을 켜면 B 바깥이 어두워지면서 판이 B로 쪼그라드는 게 보여요. 줄어든 새 세계 B 안에서 A는 A∩B 부분만 차지한다. 그래서 P(A|B) = 넓이(A∩B)넓이(B), 교집합을 새 전체인 B로 나눈다. 분모가 1인 전체 Ω에서 P(B)로 바뀐 것뿐이다. 조건부확률이란 전체를 B로 다시 잡고 확률을 새로 재는 일이에요. 새 정보가 들어오면 표본공간을 줄여 다시 계산한다, 이게 베이즈 추론과 모든 통계적 학습의 씨앗이다.
마지막으로 독립이다. 두 사건이 독립이라는 건 하나가 일어났다는 걸 알아도 다른 하나의 확률이 안 변한다는 뜻이에요. P(A|B) = P(A). B라는 정보가 A에 대해 아무것도 안 알려주는 것이다. 그림으로 만들어 보면 이렇다. 세로선으로 판을 갈라 왼쪽 띠를 A라 하면 P(A)는 그 띠의 폭이고, 가로선으로 갈라 아래 띠를 B라 하면 P(B)는 그 띠의 높이다. 두 선을 끌면 A와 B가 동시에 일어나는 영역 A∩B는 왼쪽 아래 직사각형이고, 그 넓이는 폭 곱하기 높이, 곧 P(A) × P(B)예요. 이게 독립의 핵심이다. P(A∩B) = P(A) · P(B), 곱하기만 하면 된다. 가로와 세로가 서로 전혀 간섭하지 않으니 교집합 넓이가 그냥 두 변의 곱이 되는 것이다. 동전을 두 번 던지거나 서로 무관한 두 부품의 고장처럼 한쪽이 다른 쪽에 영향을 안 줄 때 확률은 그냥 곱해져요. 독립은 확률 계산을 곱셈 한 번으로 끝내 주는 가장 고마운 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