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은 진폭을 폭발시킨다
그네를 타 본 사람은 누구나 공진을 몸으로 안다. 아무 때나 발을 구르면 그네는 어정쩡하게 흔들리지만, 그네가 돌아오는 박자에 딱 맞춰 구르면 점점 더 높이 올라가요. 작은 힘을 매번 같은 리듬으로 더해 주면 흔들림이 쌓이고 쌓여서 거대해진다. 이게 공진이다. C2에서 모든 진동계에는 제 고유주파수 ω₀가 있다고 했다. 거기에 외부에서 주기적인 힘 Fcos(ωt)를 가하면, 응답의 크기는 그 힘의 주파수 ω가 ω₀에 얼마나 가까운지에 달려요. ω가 ω₀에 딱 맞는 순간 진폭이 폭발하듯 치솟는다. 라디오를 맞추는 것도, 다리가 무너지는 것도, 전자레인지가 물을 데우는 것도 전부 이 한 가지 현상이다. 이번 강에서 구동주파수를 직접 돌려가며 진폭이 언제 어떻게 폭발하는지 눈으로 본다.
먼저 무대를 차린다. C2의 진동계는 한 번 건드리면 알아서 흔들리다 잦아드는 닫힌 시스템이었다. 여기에 새로 외력을 더한다. 누군가 바깥에서 일정한 박자로 계속 밀어 주는 것이다. 방정식으로는 오른쪽에 Fcos(ωt)가 붙어요. m x'' + c x' + k x = Fcos(ωt). 여기서 ω는 미는 사람의 박자인 구동주파수이고, 시스템이 원래 흔들리고 싶어 하는 박자 ω₀와는 별개다. 재생을 누르면 빨간 힘 화살표가 좌우로 밀고 질량이 그 힘에 끌려 흔들린다. 가만 보면 질량은 힘과 정확히 같은 박자로 흔들리지만 살짝 늦게 따라오는데, 이 시간차를 위상지연이라고 해요. 잠시 기다리면 처음의 들쭉날쭉함이 가라앉고 일정한 진폭으로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정상상태에 자리잡는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바로 그 정상상태 진폭이 얼마나 크냐다.
이제 핵심 질문이다. 미는 힘의 세기 F는 그대로 두고 박자 ω만 바꾸면 진폭이 어떻게 달라질까. 같은 세기로 밀어도 박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가로축에 구동주파수 ω, 세로축에 정상상태 진폭을 그린 게 이 공진곡선이에요. ω를 끌어 천천히 올려 본다. ω가 아주 낮으면 힘이 너무 느릿느릿해서 질량이 힘을 그냥 따라가고, 진폭은 작고 밋밋하다. ω를 올려 ω₀에 가까워지면 진폭이 가파르게 치솟아요. 매번 미는 박자가 시스템이 흔들리고 싶은 박자와 맞아떨어지면서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ω를 더 올려 ω₀를 지나치면 이번엔 힘이 너무 빨라서 질량이 못 따라가고 진폭이 다시 작아진다. 결국 진폭은 ω₀ 근처에서 봉우리를 이루는 곡선이다. 박자가 전부예요.
봉우리가 생기는 바로 그 자리, ω = ω₀를 자세히 본다. 구동주파수가 시스템의 고유주파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이다. 세 경우를 버튼으로 비교하면, ω가 ω₀보다 낮을 때와 높을 때는 질량이 적당히 흔들리지만 ω = ω₀일 때는 같은 세기로 미는데도 흔들림이 압도적으로 커져요. 왜 하필 여기서일까. 그네를 떠올리면 된다. 그네가 앞으로 나가는 바로 그 순간에 밀면 미는 힘이 100% 운동을 보태 준다. 박자가 어긋나면 어떤 밀기는 돕고 어떤 밀기는 방해해서 서로 깎아먹는다. ω = ω₀에서는 모든 밀기가 완벽하게 같은 방향으로 보태져서 에너지가 새지 않고 계속 쌓여요. 그래서 작은 힘으로도 거대한 진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게 공진의 심장이다.
그럼 진짜로 진폭이 무한히 커질까. 감쇠가 막아 준다. C2에서 본 감쇠 ζ, 에너지를 까먹는 그 손실이 공진의 폭발을 누른다. ζ를 끌어 바꾸면 감쇠가 아주 작을 때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 높고 뾰족해요. 매번 쌓이는 에너지가 거의 안 새니까 ω₀ 딱 그 박자에서만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감쇠를 키우면 봉우리가 낮아지고 펑퍼짐해진다. 손실이 커서 진폭이 무한정 못 쌓이고, ω₀ 근처 넓은 범위에서 고만고만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이 봉우리의 날카로움을 Q값이라고 불러요. Q가 크면 감쇠가 작아 좁고 예리하게, Q가 작으면 넓고 둔하게 반응한다. 라디오는 Q가 커야 옆 방송 안 섞이고 한 주파수만 또렷이 잡고, 다리는 Q가 작아야 어쩌다 바람이 맞아도 안 무너진다. 설계는 결국 이 Q를 어디에 둘지의 문제예요.
이 한 가지 현상이 세상 곳곳에 숨어 있다. 그네는 친근한 친구 쪽이다. 작은 힘을 박자에 맞춰 더해 큰 진폭을 즐기는, 공진을 일부러 쓰는 경우예요. 다리는 무서운 쪽이다. 1940년 타코마 다리는 바람이 만든 주기적인 힘이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맞아떨어지면서 진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무너졌다. 그래서 다리나 건물은 고유진동수가 흔한 외력과 안 겹치게, 감쇠를 충분히 줘서 Q를 낮게 설계해요. 라디오는 공진을 영리하게 쓰는 쪽이다. 안테나에는 수많은 방송 신호가 동시에 들어오는데, 회로의 고유주파수를 원하는 방송에 맞추면 그 신호만 공진으로 크게 증폭돼 골라진다. 다이얼을 돌린다는 건 회로의 ω₀를 바꾸는 일이다. 공진은 잘 쓰면 도구, 모르고 당하면 재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