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거동은 고정점이 정한다
지금까지는 시간에 따라 x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시간축 위의 그래프로 그렸다. 그런데 진동이나 흐름을 이해하는 더 강력한 그림이 있어요. 시간을 지우고 대신 상태 자체를 그리는 것이다. 흔들리는 추의 상태는 위치 x 하나로는 모자란다. 같은 위치라도 빠르게 지나가는 중인지, 멈추기 직전인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치 x와 속도 x'를 한 쌍으로 묶어 (x, x')를 평면 위의 한 점으로 보는데, 이것이 위상평면이에요. 시간이 흐르면 이 점이 평면 위에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고, 시스템의 미분방정식이 점마다 그 점이 다음에 어디로 갈지를 화살표로 정한다. 여기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화살표가 0이 되는 특별한 점, 곧 고정점의 종류만 알면 시스템이 결국 어디로 가는지, 안정될지 발산할지 빙빙 돌지를 모두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종류를 정하는 것은 선형대수에서 본 고유값이다. 이 강에서 미분방정식 줄기 전체가 고유값으로 한데 묶인다.
먼저 위상평면이라는 무대를 이해한다. 가로축은 위치 x, 세로축은 속도 x'예요. 어떤 순간 시스템의 상태는 이 평면 위의 한 점, 곧 상태점으로 완전히 정해진다. 「재생」을 누르면 감쇠진동을 하는 시스템의 상태점이 금색으로 움직이며 지나온 자취를 남긴다. 추가 한쪽으로 밀려나 있으면(x 큼, 속도 0) 점은 가로축 오른쪽에 있다가, 추가 가운데로 빠르게 돌아오면(x 0, 속도 큼) 점은 세로축의 아래쪽에 닿아요. 왼쪽으로 달리는 중이라 속도가 음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치와 속도가 번갈아 주고받으며 점은 원점 둘레를 시계 방향으로 돈다. 감쇠가 있으니 에너지가 새어 나가 점점 안쪽으로 감기는 나선을 그리고, 결국 원점, 곧 정지 상태로 빨려 들어간다. 원점에 닿으면 점은 처음 자리로 돌아가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시간축 그래프에서 출렁이던 곡선이 여기서는 안으로 감기는 깔끔한 나선 한 줄이 돼요. 시간을 지운 대신 운동의 전체 모양이 한눈에 보이는 것이다.
상태점이 어디로 갈지는 시스템의 방정식이 정한다. 앞에서 본 방향장을 떠올리면 된다. 거기서는 점마다 기울기 하나를 줬다. 위상평면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점마다 화살표 하나, 곧 그 점에서 상태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지를 통째로 정해요. 연립방정식 x'=y, y'=−x−0.4y가 평면 전체를 화살표로 뒤덮는 것이다. 이것이 벡터장이다. 출발점을 아무 데나 끌면 상태점은 그 자리의 화살표를 따라가고, 다음 점에서 또 그 자리의 화살표를 따라간다. 그렇게 화살표를 충실히 이어 밟으면 궤적 하나가 그려지는데, 진한 금색이 앞으로 갈 길, 흐린 금색이 지나온 길이에요. 강물에 떨어진 나뭇잎이 물살을 따라 흘러가듯 상태점도 벡터장을 따라 흐른다. 앞에서 본 1차원 흐름이 여기서 2차원 흐름으로 자라난 것이다.
벡터장 전체에서 딱 한 종류의 점이 특별하다. 화살표의 길이가 0인 점, 고정점이다. 거기서는 상태가 어디로도 움직이지 않아서, 한번 놓이면 영원히 그대로인 평형 상태예요. 그런데 같은 고정점이라도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림은 진자의 위상초상인데, 아래로 곱게 매달린 자리가 고정점이다. 거기 두면 가만히 있고, 살짝 건드리면 둘레를 맴돌 뿐 그 자리 근처를 떠나지 않는다. 이런 점을 중심이라 하고, 안정한 고정점에 든다. 진자를 거꾸로 세운 자리도 고정점이다. 완벽하게 세우면 이론상 가만히 있지만, 머리카락만큼만 밀어도 와르르 넘어가 멀리 달아난다. 이런 점을 안장, 불안정한 고정점이라고 해요. 두 버튼으로 두 고정점을 차례로 밝히면 그 둘레를 지나는 금색 궤적이 함께 그려진다. 시스템의 운명은 출발점이 어느 고정점의 영향권에 있는지, 그 고정점이 어떤 종류인지에 달렸다.
고정점 근처의 흐름 모양은 몇 가지로 깔끔하게 분류된다. 탭을 하나씩 누르면 도감처럼 볼 수 있어요. 안정 노드에서는 모든 화살표가 고정점으로 곧장 빨려 들어가서, 살짝 건드려도 군말 없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안정 나선은 빙글빙글 돌면서 들어간다. 돌아오기는 하지만 출렁이며 돌아오는 것으로, 앞 강들에서 본 감쇠진동이 바로 이것이에요. 안장은 한 방향으로는 빨려 들어오지만 다른 방향으로는 튕겨 나가서, 거의 모든 출발점이 결국 멀리 달아나는 불안정한 점이다. 중심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고 영원히 같은 궤도를 도는, 감쇠 없는 진동이다. 「불안정」 탭의 나선은 거꾸로 빙글빙글 돌며 점점 바깥으로 튕겨 나가요. 이 몇 가지가 2차원 선형 시스템이 보일 수 있는 거동의 전부다. 복잡한 시스템도 고정점 근처에서는 이 도감 가운데 하나처럼 행동한다. 그렇다면 어떤 시스템이 어느 유형인지는 무엇이 정할까.
드디어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인다. 고정점의 유형을 정하는 것은 그 점에서 시스템을 선형화한 행렬, 곧 야코비안의 고유값이에요. 선형대수에서 고유값은 변환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늘이는지였다. 여기서는 상태점이 고정점 근처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빨리 밀려나거나 빨려 드는지를 정한다. 고유값은 2차식 λ²−τλ+Δ=0의 근이고, τ는 행렬의 대각합, Δ는 행렬식이다. 위의 (τ, Δ) 평면에서 점을 끌면 아래의 위상초상이 통째로 바뀌고, 고유값과 유형 이름이 함께 적혀요. 점선 포물선은 고유값이 실수에서 복소수로 바뀌는 경계다. 고유값이 둘 다 음의 실수면(Δ>0, τ<0, 판별식 양수) 모든 방향이 줄어드는 안정 노드다. 고유값이 복소수면(판별식 음수) 복소수 줄기에서 본 회전이 끼어들어 나선이 되고, 실수부가 음수면 안정 나선, 양수면 불안정 나선이에요. 실수부가 0인 순수 허수 고유값이면 중심, 곧 영원한 진동이다. 고유값의 부호가 엇갈리면(Δ<0) 한쪽은 빨려 들고 한쪽은 튕기는 안장이다. 앞 강의 특성근은 사실 바로 이 야코비안 고유값이었고(2계 방정식 하나가 곧 이런 2차원 시스템이다), 복소 지수가 나선의 정체였다. 선형대수의 고유값, 복소수의 회전, 미분방정식의 안정성이 모두 이 한 그림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