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형성은 쪼개도 된다는 약속이다
지금까지 행렬, 행렬식, 고유값을 봤는데, 사실 이 모든 걸 굴러가게 하는 단 하나의 성질이 있어요. 선형성이에요. 거창한 이름이지만 뜻은 딱 하나, '쪼개서 따로 처리한 다음 다시 합쳐도, 한꺼번에 처리한 거랑 똑같다'예요. 복잡한 걸 단순한 조각으로 나눠서 풀 수 있다는 약속이죠. 2강에서 모든 벡터가 î, ĵ의 조합이라고 했고, 5강에서 행렬은 î, ĵ만 추적하면 된다고 했죠? 그게 가능한 게 바로 이 선형성 덕분이에요. 이 강이 그 둘을 잇는 다리예요.
어떤 변환이 '선형'이라는 건, 딱 두 규칙을 지킨다는 뜻이에요. 첫째, 더하고 변환하나 변환하고 더하나 결과가 같아요. 둘째, 두 배 키워서 변환하나 변환하고 두 배 키우나 결과가 같아요. 화면에서 직접 확인해 봐요. 벡터 a, b를 드래그하면서 두 경로가 항상 같은 자리에 도착하는지 보세요. 이 두 규칙만 지키면 그 변환은 선형이에요. 별거 아닌 것 같죠? 그런데 이 '별거 아닌' 약속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요.
첫째 규칙부터 자세히. 벡터 a랑 b를 먼저 더한 다음(a+b) 변환하는 길, 그리고 a와 b를 따로 변환한 다음 그 결과를 더하는 길. 두 길의 도착지가 정확히 같아요. 더하기를 먼저 하든 변환을 먼저 하든 상관없다는 거죠. a, b를 이리저리 옮겨 보세요. 두 길은 늘 같은 점에서 만나요. 그러니까 합쳐진 걸 통째로 다룰 필요 없이, 부분을 따로 다뤄도 돼요.
둘째 규칙. 벡터 v를 3배로 늘린 다음 변환한 거랑, v를 변환한 다음 3배로 늘린 거. 역시 같아요. 입력을 두 배 키우면 출력도 딱 두 배, 세 배면 세 배. 군더더기 없이 비례해요. 슬라이더로 배수를 바꿔 보세요. 늘이는 순서를 앞에 두나 뒤에 두나 같은 결과죠. 입력에 한 만큼 출력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게 선형의 핵심 감각이에요.
이 두 규칙을 합치면 엄청난 게 나와요. 어떤 벡터든 2강에서처럼 î 조각이랑 ĵ 조각으로 쪼갤 수 있죠. 선형성 덕분에, 변환은 각 조각에 따로 작용하고 결과만 다시 합치면 돼요. 그러니까 변환(아무 벡터) = (그 벡터의 î 양) 곱하기 변환(î) + (ĵ 양) 곱하기 변환(ĵ)이에요. 변환이 î랑 ĵ를 어디로 보내는지만 알면, 나머지 무한히 많은 벡터는 전부 따라와요. 벡터를 드래그하면서, 그게 î·ĵ 조각으로 갈라졌다가 변환 후 다시 합쳐지는 걸 보세요. 5강에서 행렬이 î, ĵ 두 열만 적으면 됐던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선형성이 나머지를 책임져 주거든요.
이 규칙엔 공학에서 쓰는 유명한 이름이 있어요. 중첩원리예요. 입력 A가 출력 A를 만들고 입력 B가 출력 B를 만들면, 입력 A+B는 정확히 출력 A+B를 만들어요. 합쳐도 깜짝 놀랄 일이 없는 거죠. 그래서 지저분한 입력을 단순한 조각으로 쪼개고, 각각 풀고, 답을 더하면 끝이에요. 소리를 순수한 음들로 쪼개는 것(다음 푸리에에서 나와요), 회로의 여러 전원을 따로 계산해 더하는 것, 다 이 중첩이에요. 반대로 선형이 아닌 건 이게 안 돼요. 제곱만 봐도 (a+b)²은 a²+b²이 아니잖아요. 합치면 엉뚱한 게 튀어나오죠. 그래서 우리가 깔끔하게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다 선형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