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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수학

선형성은 쪼개도 된다는 약속이다

쪼개서 따로 풀고 다시 더해도 똑같다는 성질, 모든 분해의 근거

앞으로 행렬, 행렬식, 고유값을 차례로 만나게 되는데, 이 모두를 굴러가게 하는 성질은 하나다. 선형성이다. 이름은 거창해도 뜻은 하나, 쪼개서 따로 처리한 뒤 다시 합쳐도 한꺼번에 처리한 것과 똑같다는 얘기예요. 복잡한 것을 단순한 조각으로 나눠 풀어도 된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앞 강 「벡터는 움직임이다」에서 모든 벡터가 î와 ĵ의 조합이라고 했고, 뒤에 나올 「행렬은 변환이다」에서는 행렬이 î와 ĵ만 따라가면 된다고 말한다. 둘을 잇는 고리가 바로 선형성이고, 이 강이 그 다리 노릇을 해요.

어떤 변환이 선형이라는 말은 두 규칙을 지킨다는 뜻이다. 첫째, 더한 다음 변환하든 변환한 다음 더하든 결과가 같다. 둘째, 몇 배로 키운 다음 변환하든 변환한 다음 같은 배수로 키우든 결과가 같아요. 그림에서 흐린 화살표 둘이 입력이고, 진한 초록과 주황 화살표가 각각을 변환한 결과다. 주황 점선은 초록 화살표 끝에 주황 화살표를 이어 붙인 길이고, 그 끝이 금색 화살표, 곧 두 입력을 먼저 더해 변환한 결과의 끝과 정확히 겹친다. 어두운 손잡이 a, b를 어디로 끌어도 두 길은 늘 같은 점에 도착하고, 아래에는 두 규칙이 식으로 적혀 있어요. 이 두 규칙만 지키면 그 변환은 선형이다. 사소해 보이는 약속이지만 뒤에 나올 거의 모든 계산이 이 약속에 기대요.

첫째 규칙을 자세히 본다. 벡터 a와 b를 먼저 더한 다음(a+b) 변환하는 길이 있고, 따로 변환한 다음 결과를 더하는 길이 있다. 그림의 금색 대각선이 첫째 길이고, 초록 화살표와 주황 화살표를 두 변으로 하는 평행사변형이 둘째 길이다. 평행사변형의 맞은편 꼭짓점이 금색 대각선 끝과 정확히 같으니, 더하기를 먼저 하든 변환을 먼저 하든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손잡이 a, b를 이리저리 옮겨도 평행사변형은 늘 금색 끝점에서 닫힌다. 그러니 합쳐진 것을 통째로 다룰 필요 없이 부분을 따로 다뤄도 돼요.

둘째 규칙이다. 벡터 v를 3배로 늘린 다음 변환한 것과 v를 변환한 다음 3배로 늘린 것이 역시 같다. 입력을 두 배로 키우면 출력도 정확히 두 배가 되고, 세 배면 세 배가 되어 군더더기 없이 비례해요. 그림의 흐린 화살표는 기준이 되는 출력이고, 슬라이더로 배수 c를 바꾸면 금색 화살표가 점선을 따라 그 배수만큼 늘었다 줄었다 한다. c가 음수가 되면 화살표는 반대쪽으로 넘어가며 붉게 바뀌는데, 이때도 같은 직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늘이는 일을 앞에 두든 뒤에 두든 결과가 같다는 것, 입력에 준 만큼 출력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 선형의 핵심 감각이에요.

두 규칙을 합치면 강력한 결론이 나온다. 앞 강 「벡터는 움직임이다」에서 본 것처럼 어떤 벡터든 î 조각과 ĵ 조각으로 쪼갤 수 있고, 선형성 덕분에 변환은 조각마다 따로 작용한 뒤 결과만 다시 합치면 된다. 식으로 쓰면 변환(아무 벡터) = (그 벡터의 î 양) 곱하기 변환(î) + (ĵ 양) 곱하기 변환(ĵ)이에요. 변환이 î와 ĵ를 어디로 보내는지만 알면 나머지 무한히 많은 벡터는 전부 따라온다. 손잡이로 입력 벡터를 끌면, 출력 쪽에서 초록 점선이 î가 옮겨 간 화살표를 필요한 개수만큼 늘어놓고 주황 점선이 ĵ가 옮겨 간 화살표를 이어 붙여 파란 출력 화살표 끝에 닿는다. 아래 식에는 그때 쓴 개수가 그대로 적혀요. 뒤의 「행렬은 변환이다」 강에서 행렬을 î, ĵ 두 열만으로 적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고, 나머지는 선형성이 책임진다.

이 성질에는 공학에서 쓰는 유명한 이름이 있다. 중첩 원리다. 입력 A가 출력 A를 낳고 입력 B가 출력 B를 낳으면, 입력 A+B는 정확히 출력 A+B를 낳는다. 합쳐도 놀랄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그림의 버튼으로 단계를 넘기면 입력 A와 그 출력, 입력 B와 그 출력이 차례로 나오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초록 출력 끝에 이어 붙인 주황 점선이 금색 출력 끝에 정확히 닿는다. 그래서 지저분한 입력을 단순한 조각으로 쪼개 각각 풀고 답을 더하면 끝난다. 소리를 순수한 음으로 쪼개는 푸리에 분석, 회로의 전원을 하나씩 따로 계산해 더하는 해석이 모두 이 중첩이다. 선형이 아닌 것은 이게 안 돼요. 제곱만 봐도 (a+b)²은 a²+b²이 아니고, 합치면 엉뚱한 항이 튀어나와요. 우리가 깔끔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거의 다 선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빠른 적용선형이라는 것은 더하기와 곱하기를 그대로 지킨다는 뜻이다. 식으로는 변환(ca + db) = c·변환(a) + d·변환(b)다. 진짜 쓸모는 쪼개고, 풀고, 다시 더하는 데 있어요. 어떤 입력이든 단순한 기본 조각으로 나눠 각각 처리하고 합치면 되기 때문이다. 행렬이 기본 방향만 따라가면 되는 이유(「행렬은 변환이다」), 신호를 사인파로 쪼갤 수 있는 이유, 회로와 구조물에서 중첩이 통하는 이유가 전부 여기서 나온다. 문제가 선형이면 나눠서 정복하면 되니 사실상 이긴 셈이고, 선형이 아니면(제곱하거나 변수끼리 곱하면) 이 무기를 잃고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문제가 선형인지 알아보는 눈이 공업수학의 절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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