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θ}는 단위원 위의 회전이다
지난 강에서 복소수 곱셈은 회전이고, 회전이 중요하면 극형식 r∠θ가 편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θ라는 표기는 어딘가 임시변통 같다. 진짜 공식은 따로 있어요. eiθ다. 지수함수에 허수를 넣는다니 처음엔 황당하지만 결과는 너무 깔끔하다. eiθ는 단위원 위에서 각도 θ에 있는 점, 딱 그것이고 cos θ + i sin θ와 똑같다. 왜 하필 지수함수냐면, 지수는 더하면 곱해지는 성질이 있어서 회전의 각도는 더한다는 규칙이 지수법칙 한 줄로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이 eiθ가 전기공학에서 교류를 다루는 페이저의 본체이고, 감쇠 진동과 신호의 언어다. 이번 강에서 eiθ를 단위원 위에서 직접 돌려 보고, 왜 이게 회전의 가장 자연스러운 표기인지 느껴 본다.
먼저 eiθ가 무엇인지 눈으로 본다. 점을 잡고 원을 따라 돌리면 점은 항상 반지름 1짜리 원, 단위원 위에 있어요. 각도 θ가 그 점의 위치다. 가로로 얼마나 갔나가 cos θ, 세로로 얼마나 갔나가 sin θ다. 그래서 eiθ = cos θ + i sin θ, 이게 오일러 공식이에요. 외울 것도 없이 eiθ는 θ 각도에 있는 단위원 위 점이라고 그림으로 기억하면 된다. θ를 0으로 두면 점은 오른쪽의 1, 90도면 위의 i, 180도면 왼쪽의 −1이다. 지난 강의 r∠θ에서 r=1인 경우가 바로 이 eiθ이고, 일반 복소수는 그냥 r을 곱해서 r·eiθ로 적어요.
이제 각도를 시간에 따라 흐르게 한다. θ 자리에 ωt를 넣으면 eiωt, 시간이 갈수록 일정한 속도 ω로 원을 도는 화살표가 되고 이게 페이저예요. 재생을 누르면 화살표가 빙빙 돈다. 여기서 핵심은 그 화살표의 그림자다. 실수축에 비친 그림자, 곧 Re(eiωt) = cos ωt가 좌우로 왔다 갔다 진동한다. 바로 그게 교류 전압이나 신호의 파형이에요. 콘센트의 60Hz 교류도, 라디오 신호도 알고 보면 이렇게 도는 화살표의 그림자다. 전기공학이 골치 아픈 사인·코사인 대신 도는 화살표 하나로 교류를 다루는 이유가 이것이다. 돌리는 게 흔드는 것보다 다루기 쉬우니까요.
왜 지수함수가 회전의 자연스러운 표기인지 여기서 분명해진다. 단위원 위 두 점 eiθ₁, eiθ₂를 끌어 보면 둘을 곱했을 때 어디로 갈지가 드러나요. 지수함수의 가장 기본 성질, 곱하면 지수가 더해진다를 그대로 쓰면 eiθ₁·eiθ₂ = ei(θ₁+θ₂). 곱은 각도 θ₁+θ₂에 있는 점이다. 지난 강에서 손으로 확인했던 곱하면 각도가 더해진다는 규칙이 여기서는 증명할 것도 없이 지수법칙 한 줄로 나온다. 회전을 더하기로 바꿔 주는 이 성질이 eiθ 표기의 진짜 힘이에요. 어려운 삼각함수 덧셈공식을 외울 필요 없이 그냥 지수만 더하면 된다.
이제 진짜 공학이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순수한 회전이라 크기가 1로 일정했다. 그런데 지수에 실수부를 하나 더 얹으면 e(σ+iω)t가 돼요. 여기서 ω는 여전히 도는 속도이고, 새로 들어온 σ는 크기를 바꾸는 비율이다. 크기가 eσt이기 때문이다. σ를 끌어서 바꿔 보면 σ가 0이면 크기가 안 변해 그냥 원을 돈다. σ가 음수면 크기가 점점 줄어 안으로 감기는 나선, 진동하면서 잦아드는 감쇠예요. σ가 양수면 밖으로 퍼지는 나선, 점점 커지는 진동이다. 종을 치면 소리가 울리다 잦아드는 것, 회로의 과도 응답, 흔들다리가 안정한지 불안정한지가 전부 이 σ의 부호가 정한다. 회전 ω와 감쇠 σ를 한 지수에 같이 담은 게 e(σ+iω)t예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걸 한 점으로 모은다. 점을 끌어 θ를 정확히 반 바퀴인 π로 보내거나 θ = π로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eiπ는 단위원에서 반 바퀴 돈 점, 곧 −1이에요. 그래서 eiπ = −1, 양변에 1을 더하면 eiπ + 1 = 0이다. 수학에서 가장 아름다운 식이라고 불리는 오일러 항등식이다. 왜 아름답냐면 자연상수 e, 허수 단위 i, 원주율 π, 그리고 1과 0, 전혀 다른 데서 온 다섯 상수가 군더더기 하나 없이 한 줄에 모여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한테 이건 신비한 주문이 아니라 그냥 그림이다. 반 바퀴 돌면 −1, 그게 전부다. eiθ를 회전으로 보는 눈을 가지면 가장 어려워 보이던 식이 가장 당연한 한 걸음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