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벡터는 방향이 안 변하는 벡터다
선형대수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고유값과 고유벡터다. 이름은 무시무시해도 알맹이는 단순해요. 앞에서 행렬은 공간을 통째로 돌리고 늘이는 변환이라고 했으니, 대부분의 벡터는 변환을 거치며 방향이 휙 틀어진다. 그런데 몇몇 특별한 방향은 변환을 해도 틀어지지 않고 제 직선 위에서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만 한다. 그 틀어지지 않는 방향이 고유벡터이고, 얼마나 늘어났는지가 고유값이에요. 이게 전부다. 그리고 이 둘이 「행렬은 변환이다」, 「행렬식은 넓이 배율이다」, 「연립방정식은 변환 거꾸로다」에서 본 것을 한자리에 모은다.
먼저 대부분은 틀어진다는 사실부터 본다. 변환 하나를 걸어 두고 화살표 하나를 원을 따라 빙 돌리면, 원래 화살표인 흐린 화살표와 변환된 금색 화살표가 함께 뜬다. 대부분의 각도에서 둘은 다른 쪽을 가리켜요. 변환이 그 벡터를 원래 직선에서 밀어낸 것이다. 아래에는 두 화살표 사이의 각이 적히는데, 손잡이를 돌리는 동안 이 각은 거의 언제나 벌어져 있다. 위로 가던 것이 비스듬히 가고 오른쪽으로 가던 것이 위로 들리는데, 이게 보통이다. 변환은 방향을 마구 바꿔 놓아요.
그런데 계속 돌리다 보면 어떤 특별한 각도에서 금색 화살표가 흐린 화살표와 정확히 같은 직선 위에 떨어진다. 방향은 그대로인 채 길이만 변한 것이고, 바로 그 방향이 고유벡터예요. 그림의 두 점선이 그 방향들이고, 손잡이가 점선에 닿으면 점선이 굵어지면서 아래에 고유벡터라는 표시와 고유값이 뜬다. 변환이라는 격류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제 직선을 지킨 방향이다. 그 직선 위에서 얼마나 늘어났는지, 그 배수가 고유값이다. 이 그림처럼 2차원에서는 보통 이런 방향이 두 개 나오고, 여기서는 하나는 늘고 다른 하나는 조금 줄어요. 변환이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사실은 이 방향들만은 건드리지 않는 자기만의 축을 가진 셈이다.
고유값이 그 방향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본다. 고유벡터 위에 올라타면 변환은 그냥 몇 배 곱하기예요. 고유값이 2면 그 방향으로 두 배 늘어나고, 0.5면 절반으로 줄고, 1이면 그대로다. 음수면 같은 직선 위에서 반대쪽으로 뒤집혀, 직선은 지키되 앞뒤만 바뀐다. 네 슬라이더로 행렬을 바꾸면 흐린 단위 고유벡터와 그것에 변환을 건 색 화살표가 같은 점선 위에 놓이고, 아래에 두 고유값이 적혀요. 행렬을 순수한 회전에 가깝게 만들면 실수 고유벡터가 사라졌다는 경고가 뜨는데, 어떤 방향도 제 직선에 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잡해 보이던 변환이 고유벡터 방향에서만큼은 단순한 수 곱하기 하나로 줄어든다.
여기가 정말 멋진 부분이다. 격자를 원래의 가로세로가 아니라 고유벡터 방향으로 다시 그리면 변환이 완전히 달라 보여요. 돌리는 것도 비트는 것도 없이, 각 축을 제 고유값만큼 쭉 늘이는 것뿐이다. 그 복잡하던 행렬이 고유벡터를 축으로 삼은 좌표계에서는 축마다 몇 배 곱하기만 하는 깔끔한 모양, 곧 대각행렬이 된다. 「보통 격자」와 「고유축 격자」 버튼으로 두 격자를 번갈아 보면, 고유축 격자에서 두 색 화살표가 각자의 축을 따라 늘어나기만 하고 아래 식도 대각 꼴로 바뀌는 것이 드러나요. 고유벡터는 그 변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축이고, 그 축에서 보면 어떤 변환이든 가장 단순한 얼굴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 방향들은 어떻게 찾을까. 고유벡터 v는 A를 건 결과가 그냥 λ배 한 것과 똑같은 벡터라, 식으로 Av = λv다. 이것을 옮기면 (A − λI)v = 0이 돼요. 0이 아닌 벡터 v가 0으로 보내졌다는 것은 변환 (A − λI)가 공간을 짜부라뜨렸다는 뜻이다. 「연립방정식은 변환 거꾸로다」에서 봤듯 그러면 그 행렬식이 0이어야 한다. 그래서 det(A − λI) = 0을 λ에 대해 풀면 고유값이 나와요. 슬라이더로 λ를 옮기면 그 행렬을 건 단위정사각형이 납작해졌다 부풀었다 하다가, 고유값에 닿는 순간 직선으로 짜부라지며 「고유값!」 표시가 뜬다. 앞에서 본 행렬식 0 = 납작 = 거꾸로 못 감이 고유값을 찾는 열쇠였던 것이다. 덤으로 행렬식은 고유값을 모두 곱한 값이라, 넓이 배율이 곧 각 축을 늘인 배수의 곱이라는 얘기다. 아래 줄의 검산이 바로 그것이고, 이렇게 다 이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