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벡터는 방향이 안 변하는 벡터다
선형대수의 끝판왕인 고유값과 고유벡터다. 이름이 무시무시하지만 알맹이는 단순해요. 5강에서 행렬은 공간을 통째로 돌리고 늘이는 변환이라고 했으니, 대부분의 벡터는 변환을 거치면서 방향이 휙 틀어진다. 그런데 딱 몇몇 특별한 방향은 변환을 해도 안 틀어지고 그냥 그 자리에서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만 한다. 그 안 틀어지는 방향이 고유벡터이고, 얼마나 늘어났느냐가 고유값이에요. 이게 전부다. 그리고 이 둘이 5·6·7강에서 본 것을 한자리에 모아 준다.
먼저 대부분은 틀어진다는 사실부터 본다. 변환 A를 하나 걸어 두고 화살표 하나를 원을 따라 빙 돌리면, 원래 방향인 흐린 화살표와 변환된 방향인 진한 화살표가 같이 뜬다. 대부분의 각도에서 둘은 다른 쪽을 가리켜요. 변환이 그 벡터를 원래 직선에서 밀어내 버린 것이다. 위로 가던 게 비스듬히 가고 오른쪽으로 가던 게 위로 들리는데, 이게 보통이다. 변환은 방향을 마구 바꿔 놓아요.
그런데 계속 돌리다 보면 어떤 특별한 각도에서 진한 화살표가 흐린 화살표와 정확히 같은 직선 위에 딱 떨어진다. 방향이 그대로인 채로 길이만 변한 것이고, 바로 그 방향이 고유벡터예요. 변환이라는 격류 속에서도 안 휩쓸리고 제 직선을 지킨 방향이다. 그 직선 위에서 얼마나 늘어났는지, 그 배수가 고유값이다. 직접 찾아보면 보통 2차원이면 이런 방향이 두 개 나와요. 변환이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사실은 이 방향들만은 안 건드린다는 자기만의 축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고유값이 그 방향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본다. 고유벡터 위에 올라타면 변환은 그냥 곱하기 몇이에요. 고유값이 2면 그 방향으로 두 배 늘어나고, 0.5면 절반으로 줄고, 1이면 그대로다. 음수면 같은 직선 위에서 반대쪽으로 뒤집혀 방향은 지키되 앞뒤만 바뀐다. 슬라이더로 여러 변환을 만들면서 각 고유벡터의 고유값을 확인할 수 있어요. 복잡해 보이던 변환이 고유벡터 방향에서만큼은 단순한 숫자 곱하기 하나로 쪼그라든다.
여기가 진짜 멋진 부분이다. 격자를 원래 가로세로가 아니라 고유벡터 방향으로 다시 그리면 변환이 완전히 달라 보여요. 돌리는 것도 비트는 것도 없이 그냥 각 축을 제 고유값만큼 쭉 늘이는 것뿐이다. 그 복잡하던 행렬이 고유벡터를 축으로 삼은 좌표계에서는 축마다 곱하기 몇 짜리 깔끔한 모양이 되는 것이다. 토글로 격자를 고유축에 맞춰 워프시키면 그게 드러나요. 고유벡터는 그 변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축이고, 그 축에서 보면 어떤 변환이든 제일 단순한 얼굴을 보여준다.
그럼 이 방향들을 어떻게 찾을까. 고유벡터 v는 A를 건 결과가 그냥 λ배 한 것과 똑같은 벡터라, 식으로 Av = λv다. 이걸 옮기면 (A − λI)v = 0이 돼요. 0이 아닌 벡터 v가 0으로 보내졌다는 건 변환 (A − λI)가 공간을 짜부라뜨렸다는 뜻이다. 7강에서 봤듯 그러면 그 행렬식이 0이어야 한다. 그래서 det(A − λI) = 0을 λ에 대해 풀면 고유값이 나와요. 6·7강의 행렬식 0 = 납작 = 거꾸로 못 감이 고유값을 찾는 열쇠였던 것이다. 덤으로 행렬식은 고유값들을 전부 곱한 값이라, 넓이 배율(6강)이 곧 각 축 늘인 배수의 곱이라는 얘기다. 다 이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