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방정식은 기울기의 지도다
미분방정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y'=x−y 같은 식을 보면, y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y의 미분이 들어 있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요. 그런데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y'은 그 점에서 곡선이 가진 기울기다. 그러니까 y'=f(x,y)라는 식은 평면의 모든 점마다 여기서는 이 기울기로 지나가라고 정해 두는 지도예요. 점마다 작은 선을 그으면 평면이 온통 기울기 표시로 채워진 방향장이 된다. 해를 구한다는 것은 어느 출발점에서 시작해 그 표시들을 충실히 따라가며 곡선을 그리는 일이다. 공식을 외우기 전에 미분방정식이 그리는 이 흐름의 지도를 눈으로 보면 나머지가 훨씬 쉬워진다. 이 강에서는 그 지도를 직접 따라간다.
먼저 미분방정식이 그리는 지도를 본다. y'=x−y로 해 보면, 이 식은 평면의 각 점 (x, y)에서 곡선이 가져야 할 기울기를 x−y로 정한다. 점 (2, 0)이면 기울기 2, 점 (0, 2)면 기울기 −2다. 모든 점에 그 기울기 방향의 짧은 선을 그으면 화면 가득 작은 빗금이 깔리는데, 이것이 방향장이에요. 금색 프로브를 끌어 여기저기 옮기면 그 자리의 빗금이 금색으로 굵어지고, 아래에 그 점의 기울기가 숫자로 나온다. 아직 해를 구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점에서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가 이미 다 정해져 있다는 것만 보는 단계다. 미분방정식은 답을 곧바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길 안내를 주는 것이에요.
이제 그 지도를 따라간다. 출발점을 하나 찍으면 거기서부터 빗금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 걸음, 거기서 새 기울기를 읽어 또 한 걸음, 이렇게 충실히 따라가면 곡선 하나가 그려져요. 그것이 미분방정식의 해다. 금색 출발점을 끌어 옮기면 곡선이 그 점의 앞뒤로 늘 빗금과 나란히, 마치 강물이 지형을 따라 흐르듯 장을 따라 흐른다. 어느 점을 지나든 그 점에서 곡선의 기울기는 정확히 x−y가 된다. 해란 신비한 공식이 아니라 매 순간 정해진 방향으로 흐른 자취라는 것이 눈에 보여요. 컴퓨터가 미분방정식을 푸는 방식도 바로 이것, 작은 걸음으로 빗금을 따라가는 것이다.
방향장 하나에 해곡선은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다. 화면의 흐린 곡선들이 머리카락을 빗질한 것처럼 장 전체를 채우고 있어요. 같은 미분방정식이어도 출발점이 다르면 다른 곡선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곡선 가운데 어느 것이 내 답일까. 그것은 초기조건이 정한다. 세로축 위의 핸들을 끌어 y(0) 값을 바꾸면, x=0일 때 값이 얼마라는 조건 하나가 빽빽한 곡선 가족 가운데 딱 하나를 골라 금색으로 밝힌다. 미분방정식은 곡선 가족 전체를 주고 초기조건이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문제에서는 방정식과 초기조건이 한 세트예요. 출발점을 알아야 어디로 흐를지가 하나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방향장 하나를 따로 본다. y'=ky, 기울기가 y 값 자체에 비례하는 경우다. 핵심은 많을수록 빨리 변한다는 것이에요. 값이 크면 기울기도 크고 값이 작으면 기울기도 작다. 아래 트랙에서 k를 끌어 바꾸면, k가 양수일 때 위로 갈수록 가팔라지며 폭발적으로 커지는 곡선, 곧 지수 성장이 나온다. k가 음수면 점점 평평해지며 0으로 잦아드는 지수 감쇠다. 해는 y=ekx이다. 앞서 복소수 줄기에서 본 그 e가 여기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와요. 자기 값에 비례해서 자라는 것의 답이 정확히 지수함수이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 방사성 붕괴, RC 회로의 충방전, 복리 이자가 전부 y'=ky 한 줄이다. 자연에서 지수가 그토록 자주 나오는 까닭이 이 단순한 방향장이에요.
마지막으로 손으로 정확히 푸는 법 하나를 본다. 변수분리다. y'=−xy의 방향장을 보면 빗금들이 원점을 중심으로 빙 도는 모양이고, 해는 금색 동심원들이에요. 식으로 확인하려면 y'을 dy/dx로 쓰고, x는 x끼리 y는 y끼리 양변으로 갈라놓는다. y dy = −x dx. 이렇게 변수가 분리되면 양변을 그냥 적분할 수 있다. y²2 = −x²2 + C, 정리하면 x²+y²=C, 바로 원이에요. 「분리 과정 보기」 버튼을 누르면 이 과정이 단계별로 펼쳐진다. 방향장이 그린 원을 따라 도는 흐름을 변수분리가 x²+y²=C라는 정확한 공식으로 확인하는 셈이다. 그림인 방향장과 계산인 변수분리가 같은 답을 가리킨다. 변수가 깔끔하게 갈라지는 미분방정식은 이렇게 적분 한 번으로 풀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