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장은 퍼텐셜에서 흘러나온 장이다
5강에서 묘한 사실을 하나 봤다. 어떤 장에서는 길을 어떻게 잡든 한 일이 똑같다는 것, 이런 장을 보존장이라고 한다. 보존장에는 비밀이 하나 있어요. 보이지 않는 높이 지형, 곧 퍼텐셜 φ가 깔려 있고 장은 그 지형의 그래디언트(F=∇φ)다. 그래서 한 일은 시작·끝 높이의 차이뿐이라 길이 상관없다. 이걸 알아보는 표식이 회전이어서, 보존장은 어디서든 회전이 0이고 닫힌 고리를 한 바퀴 돌면 합이 정확히 0이 된다. 반대로 소용돌이처럼 회전이 0이 아니면 그런 퍼텐셜은 아예 없어요. 이 강은 같은 사실을 네 가지 얼굴로 보여준다. 회전 0, 퍼텐셜 존재, 경로 무관, 닫힌 고리 0. 넷이 사실은 한 몸이에요.
보존장인지 알아보는 가장 빠른 시험이 회전이다. 토글로 두 장을 오가면 차이가 대번에 드러나요. 보존장 F=∇φ에 탐침을 끌면 어디에 놓든 회전 (∇×F)z가 0에 붙어 뜨고, 점이 초록으로 통과를 알린다. 회전이 0이라는 것은 빙빙 돌게 만드는 비틀림이 없다는 뜻이고, 그래서 깔린 퍼텐셜이 있다는 신호다. 소용돌이 [−y, x]로 바꾸면 어디로 끌어도 회전이 상수 2로 굳어 점이 주황 실패가 돼요. 한 점만 봐도 판가름이 나는데, 회전이 0이 아닌 자리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그 장은 보존장이 아니다.
회전이 0이면 보이지 않는 퍼텐셜 φ를 통째로 되찾을 수 있고, 화살표가 그 증거다. 보존장 F=∇φ의 화살표는 모두 색이 밝은 높은 쪽, 곧 φ의 오르막을 향한다. 골드 점을 끌면 그 자리 높이 φ가 숫자로 떠요. 이 값은 원점에서 출발해 장을 따라 적분하며 한 걸음씩 쌓은 높이다. 어느 길로 적분하든 같은 값이 나오니 점을 어디에 놓아도 φ가 한 값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장만 주어져도 그 아래 깔린 지형 φ를 한 점 한 점 복원해 낼 수 있어요. 점에 'F = ∇φ here'가 늘 붙어 다니는 이유다.
이제 경로 무관을 두 길로 직접 증명한다. A에서 B로 가는 두 길이 깔려 있는데, 곧장 가는 직선 토막과 위로 크게 도는 우회 호다. 토글을 눌러 한 길씩 밝게 강조하면 각 길을 따라 한 일이 숫자로 뜬다. 보존장이라서 두 값이 똑같고, 게다가 둘 다 정확히 φ(B) − φ(A)와 일치해요. 끝점의 높이 차이 하나로 답이 다 정해지는 것이다. 5강의 소용돌이였다면 두 길의 값이 갈라졌을 텐데, 여기서는 길을 아무리 비틀어도 시작·끝이 같으면 답이 같다. 그게 보존장의 핵심이에요.
왜 두 값이 늘 맞아떨어질까. 선적분 기본정리, 곧 그래디언트 정리 때문이다. 끝점 A는 고정해 두고 끝점 B를 끌면 A에서 B로 가는 길이 그려진다. 그 길을 따라 한 선적분 ∫C F·dr과 높이 차 φ(B) − φ(A)가 나란히 뜬다. B를 어디로 끌든 두 값이 항상 같아요. 식으로는 ∫C ∇φ·dr = φ(B) − φ(A)다. 길 위에서 쌓은 잔걸음이 결국 시작·끝 높이의 차이로 깔끔하게 접혀 버리는 것이다. 보통 적분은 길의 모든 점을 일일이 따라가야 하는데, 보존장에서는 양 끝점만 알면 끝나요.
마지막으로, 모든 장이 퍼텐셜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못 박는다. 소용돌이 F=[−y, x]는 어디서나 회전이 2다. 원점에 중심을 둔 고리를 슬라이더로 키우면 둘레의 골드 화살표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빙 돈다. 한 바퀴 돌며 더한 ∮F·dr이 숫자로 뜨는데, 어떤 반지름에서도 0이 아니에요. 정확히는 2πr²이라 고리를 키울수록 더 커진다. 그런데 이 장에 퍼텐셜 φ가 있었다면 그래디언트 정리에 따라 닫힌 고리는 출발=도착이니 ∮가 반드시 0이어야 한다. ∮이 0이 아니라는 사실 하나가 이 소용돌이엔 퍼텐셜이 아예 없다는 것을 증명해요. 보존장과 정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