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소수 곱셈은 회전과 확대다
복소수 a+bi, 처음 보면 i가 대체 뭔가 싶다. 그런데 복소수를 수직선 위 점이 아니라 평면 위 점으로 옮겨놓으면 갑자기 말이 통해요. 가로축은 실수, 세로축은 i가 붙은 허수다. 그러면 a+bi는 그냥 (a, b) 자리의 한 점이다. 여기서 진짜 마법은 곱셈이에요. 실수에서 곱하기는 늘이기였는데, 복소평면에서 곱하기는 돌리면서 늘이기다. 특히 i를 곱하면 정확히 90도 돌아간다. 이 한 가지 사실이 교류 전기, 신호의 파동, 회전하는 모든 것의 언어가 돼요. 이번 강에서 복소수를 평면 위에서 눈으로 보고, 곱셈이 왜 회전인지 직접 돌려 본다.
먼저 복소수를 평면에 앉힌다. 점을 잡고 아무 데나 끌면 가로로 간 만큼이 실수부 a, 세로로 간 만큼이 허수부 b다. 점선이 두 축으로 내려가면서 a와 b를 짚어 줘요. 오른쪽 위면 a, b 둘 다 양수, 왼쪽 아래면 둘 다 음수다. 복소수 하나가 평면 위 한 점이고, 평면 위 한 점이 복소수 하나다. 실수는 이 평면에서 가로축 위에만 사는 특별한 경우이고, i는 한 칸 위로 곧 세로축 방향이라고 보면 돼요. 복소수를 숫자가 아니라 평면 위 위치로 보는 이 한 걸음이 나머지 전부를 푸는 열쇠다.
이제 i를 곱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본다. 점 하나를 놓고 i 곱하기 버튼을 누르면 점이 원점을 중심으로 정확히 90도 반시계로 돌아가요. 길이는 그대로고 방향만 90도다. 1에서 시작하면 1 → i → −1 → −i, 그리고 다시 1이다. 네 번 누르면 제자리인데, i를 곱하는 게 90도 돌리기고 네 번이면 360도로 한 바퀴이기 때문이다. i를 두 번 곱하면 180도, 그게 바로 i²=−1이에요. −1이 왜 i의 제곱이냐는 물음이 반 바퀴 돌면 반대편이라는 그림으로 바뀐다. 곱셈이 회전이라는 이 강의 한 줄을 i가 제일 깔끔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i만 그런 게 아니라 어떤 복소수를 곱해도 회전과 확대다. 화살표 두 개 z₁, z₂를 각각 끌면 둘의 곱 z₁z₂가 같이 그려져요. 규칙은 딱 두 줄이다. 각도는 더하고 길이는 곱한다. z₁이 30도에 길이 2, z₂가 40도에 길이 1.5면 곱은 70도에 길이 3이다. 그러니까 곱한다는 건 한 화살표를 다른 화살표의 각도만큼 더 돌리고 그 길이만큼 더 늘이는 일이에요. i는 길이 1에 각도 90도였으니, i를 곱하면 길이는 그대로(×1) 각도만 +90도다. 앞 블록에서 본 90도 회전이 이 일반 규칙의 한 경우였던 것이다. 곱셈을 외울 게 아니라 돌리고 늘이는 동작으로 보면 돼요.
각도와 길이가 곱셈의 진짜 주인공이면 복소수를 처음부터 그 둘로 적는 게 낫다. 그게 극형식이에요. 점을 끌면 두 숫자가 같이 따라온다. 원점에서 점까지의 거리 r, 그리고 가로축에서 잰 각도 θ다. 같은 점을 a+bi 대신 r∠θ로 부르는 것이고, 둘은 a=r cos θ, b=r sin θ로 오간다. 왜 굳이 바꾸냐면 곱셈이 극형식에서 너무 쉬워지기 때문이에요. r₁∠θ₁ 곱하기 r₂∠θ₂는 그냥 (r₁r₂)∠(θ₁+θ₂)다. 길이는 곱하고 각도는 더한다는 앞의 그 규칙이 한 줄 공식이 되는 셈이다. 회전이 중요한 문제에서는 a+bi보다 r∠θ가 훨씬 편해요. 다음 강의 eiθ가 바로 이 극형식을 한 글자로 압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켤레와 크기 두 가지를 더 챙긴다. 점 z를 끌면 가로축을 거울 삼아 위아래로 뒤집힌 점이 같이 움직이는데, 그게 켤레 z̄예요. a+bi의 켤레는 a−bi, 허수부의 부호만 바꾼 것이다. 그림으로는 실수축에 대한 거울 반사다. 그리고 원점에서 z까지의 거리가 크기 |z|, 점선 원의 반지름이고 피타고라스로 |z|=√(a²+b²)이다. 켤레와 크기는 짝이에요. z 곱하기 z̄를 하면 각도는 θ와 −θ라 더해서 0, 길이는 |z|·|z|, 곧 z·z̄=|z|²이다. 회전이 정확히 상쇄돼서 순수한 길이의 제곱만 남는다. 이 |z|²가 나중에 교류 전력이나 신호 세기를 잴 때 그대로 등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