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는 보는 관점이다
같은 건물을 두고 누구는 3층 빨간 문이라 하고 누구는 정문에서 두 칸 왼쪽이라 한다. 가리키는 곳은 똑같은데 말하는 숫자가 다르다. 벡터도 그렇다. 공간에 박힌 화살표 자체는 하나인데, 그 위치를 읽어 주는 좌표는 우리가 고른 기준자인 기저에 달려 있어요. 기준을 바꾸면 화살표는 꼼짝 안 하고 숫자만 바뀐다. 그리고 잘 고른 기준 하나가 복잡해 보이던 변환을 한순간에 단순하게 만든다. AI가 데이터를 다루는 비밀도 여기 있는데, 특징(feature)이란 결국 우리가 고른 기저에서 읽은 좌표이기 때문이에요.
파란 화살표 P는 화면의 같은 자리에 못 박혀 있다. 버튼으로 기준자를 표준 기저와 비스듬한 기저 사이에서 바꿔 볼 수 있어요. 표준 기저에서는 격자가 반듯하고 P를 (2.0, 1.0)으로 읽는다. 비스듬한 기저로 넘기면 초록 b1과 주황 b2를 따라 격자가 기울지만 P 화살표는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 바뀌는 건 읽어낸 숫자뿐이고, 이제 P를 b1 몇 개와 b2 몇 개의 합으로 적어 준다. 화살표는 누가 어떻게 부르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한 가지예요.
이번에는 파란 벡터 v를 직접 끈다. 끄는 동안 두 쌍의 숫자가 같이 움직이는데, 위는 표준 좌표 (vx, vy)이고 아래는 비스듬한 기저에서 읽은 (α, β)예요. 같은 화살표인데 두 언어로 동시에 통역되는 셈이다. 비스듬한 격자선을 따라가면 α는 b1 방향으로 몇 칸, β는 b2 방향으로 몇 칸인지 그대로 보인다. v가 마침 b1과 나란하면 β는 0에 가까워지고, b2와 나란하면 α가 0에 가까워진다. 좌표란 그 기저의 눈으로 화살표를 잰 결과일 뿐이에요.
기저를 행렬 한 장으로 모아 둘 수 있다. 새 기저벡터들을 열로 세워 B = [b1 b2]를 만드는 것이다. 슬라이더로 B의 네 칸을 움직이면 표준 격자가 B를 따라 변하는 모습이 무대에 보여요. 핵심은 B의 열이 표준 기저벡터가 도착하는 자리, 곧 새 기저벡터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반대 작업이 B의 역행렬이라, 표준 좌표를 새 기저 좌표로 바꿔 준다. 슬라이더를 살살 움직여 det이 0에 가까워지면 역행렬 칸에 특이(singular)가 뜬다. 기저가 한 줄로 납작해져 더는 평면을 못 덮는 순간이에요.
좌표가 화살표를 풀어 읽는 것이라면, 거꾸로 좌표에서 화살표를 조립할 수도 있다. 슬라이더 α와 β를 움직이면 먼저 초록 화살표 α·b1을 원점에서 그리고, 그 끝에서 주황 화살표 β·b2를 이어 붙인다. 머리에 꼬리를 대는 평행사변형 더하기이고, 그 결과가 파란 v예요. α, β를 어떻게 정하든 평면의 어떤 점이든 딱 한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빠지는 점도 겹치는 점도 없다. 그래서 (α, β)는 그 기저에서 v의 진짜 주소가 되는 것이에요.
이제 보상을 받을 차례다. 변환 A 하나를 고정해 두고 버튼으로 두 관점을 오갈 수 있어요. 표준 관점에서는 격자가 비틀리고 평범한 화살표는 방향까지 틀어져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눈에 안 들어온다. 고유기저 관점으로 넘기면 A의 두 고유벡터를 새 축으로 세운다. 그러면 A는 그저 그 두 축을 따라 늘이고 줄이는 순수한 늘림이 되고, 화살표는 돌지 않고 제 길이만 바뀌어요. 똑같은 변환인데 옳은 기저에서 보니 대각 행렬처럼 단순해진 것이다. 고유벡터 강에서 봤던 안 도는 방향이 바로 이 좋은 기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