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gongsik
천체·궤도역학

중력 새총은 행성의 속도를 훔친다

행성 기준틀에서 탐사선의 속력은 그대로고 방향만 휘어요. 그런데 태양 기준틀로 바꾸면 행성의 속도가 더해져 속력이 늘거나 줄어요. 공짜 가속의 비밀이에요.

우주선은 연료를 태우지 않고도 빨라질 수 있다. 비결은 행성 곁을 바짝 스치며 지나가는 데 있어요. 행성과 함께 움직이는 관점에서 보면 우주선의 속력은 조금도 바뀌지 않고, 들어온 빠르기 그대로 방향만 꺾여 빠져나간다. 그런데 태양에 고정된 관점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행성 자신의 속도가 우주선의 속도에 보태지기 때문에, 행성 뒤쪽으로 지나가면 빨라지고 앞쪽으로 지나가면 느려진다. 같은 사건이 어느 좌표계에서 재느냐에 따라 다른 속력을 내놓는 셈이다.

같은 근접 통과를 두 좌표계에서 나란히 본다. 행성 기준에서는 우주선이 금색 행성을 감아 돌며 들어온 속력 그대로 나가고, 초록 글씨의 vin과 vout은 크기가 같은 채 방향만 다르다. 버튼으로 태양 기준을 고르면 원점에서 뻗은 금색 화살표 vp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행성의 속도이고 두 속도에 똑같이 더해져요. 그러자 파란 화살표 vout이 vin보다 눈에 띄게 길어지고, 아래 줄 숫자도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가 크다. 물리는 하나인데 어느 좌표계에서 재느냐가 속력을 정한다.

얼마나 가까이 스치느냐가 모든 것을 정한다. 충돌 매개변수 b는 우주선이 행성 중심을 얼마나 비껴가는지를 나타내는 거리로, 그림에서는 행성과 점선 사이의 간격이다. 슬라이더로 b를 줄이면 우주선이 행성에 더 바짝 다가가 중력에 세게 붙잡히고, 파란 궤적이 꺾이는 각 δ가 커져요. 꺾이는 각이 클수록 태양 기준에서 얻는 증속도 커진다. 다만 너무 가까우면 대기나 표면에 부딪히므로, 실제 임무는 안전한 b를 골라 필요한 만큼만 꺾어요.

꺾이는 방향에 따라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그림의 행성은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그 뒤쪽으로 지나가면 행성이 진행 방향으로 끌어당겨 속력을 보태 준다. 반대로 앞쪽으로 지나가면 진행 반대쪽으로 당겨져 속력을 잃어요. 버튼으로 두 경우를 바꾸면 아래 두 막대 가운데 vout의 길이가 vin보다 길어졌다가 짧아지고, 속력 변화의 부호가 뒤집힌다. 그래서 바깥 행성으로 갈 때는 뒤쪽 통과로 가속하고, 태양 가까이 안쪽으로 들어갈 때는 앞쪽 통과로 감속한다.

속도는 벡터라서 삼각형으로 더한다. 다음 버튼으로 단계를 밟으면 삼각형이 한 변씩 세워진다. 먼저 행성 기준의 상대 속도(초록 화살표)가 있고, 여기에 행성 속도 vp를 더하면 태양 기준의 들어오는 속도 vin이 된다. 근접 통과는 상대 속도의 길이를 그대로 둔 채 방향만 돌리고, 돌아간 상대 속도에 vp를 다시 더하면 나가는 속도 vout이 나온다. 방향이 행성의 진행 쪽으로 돌아간 덕분에 vout이 더 길어요. 늘어난 운동에너지는 행성의 궤도 운동에서 빌려 온 것이라, 행성이 아주 조금 느려지는 대신 우주선은 연료 없이 빨라진다.

한 번의 도움으로 모자라면 여러 번을 이어 붙이면 된다. 근접 통과 추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우주선이 다음 행성을 스치고, 태양 기준 속력이 조금씩 쌓여 아래 막대가 늘어난다. 두 번째 통과에서 누적 속력이 점선으로 표시한 탈출 문턱을 넘어서고, 그때부터 궤도가 바깥 태양계로 향해요. 실제 탐사선도 이렇게 여러 행성의 중력을 빌려, 직접 실을 수 있는 연료로는 닿을 수 없는 먼 곳까지 간다.

빠른 적용중력 새총은 좌표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속도의 주고받기다. 행성 기준에서는 속력이 그대로이고 방향만 꺾이지만, 태양 기준에서는 행성의 속도가 보태져 뒤쪽으로 지나가면 빨라지고 앞쪽으로 지나가면 느려져요. 얻는 에너지는 연료가 아니라 행성의 궤도 운동에서 오고,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증속은 행성 속도의 두 배를 넘지 못한다. 이런 도움을 여러 번 이어 붙여 탐사선은 바깥 태양계까지 나아간다.
← 천체·궤도역학
이 페이지가 도움 됐다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