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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

시계의 시간은 그대로다. 변한 건 뇌가 시간을 느끼는 방식이다. 인생 전체에 대한 비율, 돌아볼 때 남는 사건의 양 같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며, 아직 어느 하나로 말끔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호기심

어릴 때 여름방학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었다. 한 달이 영원 같았고, 크리스마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니 한 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벌써 또 연말이냐는 말을 매년 한다.

시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간다. 1년은 똑같이 365일이다. 그런데 왜 체감은 이렇게 다를까?

보통의 생각

보통은 "바빠서 그렇다"고 답하기 쉽다. 어른은 할 일이 많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한가한 은퇴자도 1년이 빨리 간다고 느끼고, 정신없이 바쁜 학생도 어릴 땐 시간이 느리게 갔다.

분명한 건 하나다. 시계의 시간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시간을 느끼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우리 뇌는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시간의 길이를 재고 있는 걸까?

시각화
주관적 시간나이 30 · 1년의 비율 3.33%120406080기억 밀도어린 시절성인기
나이30

인생을 가로 띠로 펼쳐 보자. 시계로 보면 모든 1년의 폭은 똑같다. 그런데 주관적 폭은 나이가 들수록 좁아진다. 1살의 1년은 인생 전체이고, 50살의 1년은 50분의 1이기 때문이다.

나이 슬라이더를 움직이면 그해 1년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게 보인다. 같은 1년이 점점 얇은 칸이 된다.

띠 위의 점은 새로운 경험이다. 어린 시절은 점이 촘촘하고, 어른의 반복되는 날은 점이 듬성하다. 점이 촘촘한 구간이 돌아볼 때 길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새 경험을 더해 보면 그 구간의 점이 다시 촘촘해진다. 시간을 늘리는 법이 여기 숨어 있다.

인생 띠 위에서 나이 슬라이더를 움직이면 그해 1년의 주관적 폭이 1/age로 좁아진다. 띠 위의 점은 새 경험이고, 점이 촘촘한 구간이 길게 느껴진다. 새 경험을 더하면 그 구간의 점이 다시 살아난다.

본질

시간 체감은 하나의 깔끔한 원인으로 닫히지 않는다. 여러 메커니즘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이고,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확정되지도 않았다. 다만 자주 거론되는 갈래가 둘 있다. 인생에 대한 비율, 그리고 돌아볼 때 남는 사건의 밀도다.

첫째는 비율 이야기다.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가 내놓은 그럴듯한 설명으로, 다섯 살 아이에게 1년은 살아온 인생의 5분의 1이지만 쉰 살에게는 5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1년이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이 점점 작아지니 점점 짧게 느껴진다는 논리다. 호소력은 있지만, 이 비율설 하나만으로는 실제 데이터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의 빠르기는 단순한 1 나누기 나이 곡선을 그리지 않는다.

둘째, 기억의 밀도 문제다. 우리가 시간의 길이를 돌이켜 판단할 때, 뇌는 그 기간에 쌓인 기억의 양을 기준으로 삼는다. 어릴 때는 거의 모든 것이 처음이다. 처음 자전거, 처음 학교, 처음 바다. 새로운 경험은 진한 기억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그 시절은 돌아보면 사건으로 빽빽하고, 따라서 길게 느껴진다.

어른의 하루는 대부분 비슷하게 흘러간다. 같은 길로 출근하고 닮은 하루를 보낸다. 여기서 핵심은 나이가 들면 기억을 적게 만든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뚜렷이 구별되는 새로운 장면, 곧 기억을 토막 내는 사건의 경계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뇌는 흐름이 바뀌는 지점에서 한 장면을 끊고 다음 장면을 새로 연다. 반복되는 일상에는 그렇게 끊어 줄 경계가 적어서, 나중에 돌아보면 구분되는 사건이 몇 개 없고 그 기간이 짧게 뭉쳐 보인다. 흔히 말하는 "휴가의 역설"의 뿌리도 여기다. 낯선 여행지의 하루는 새로운 장면이 잇따라 경계를 잔뜩 만들어 길게 남고, 단조로운 한 주는 경계가 거의 없어 순식간에 사라진다.

셋째 요인으로 신경학적 변화도 거론된다. 나이가 들며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나 도파민 활동이 달라져 내부의 시간 감각이 바뀐다는 가설이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논쟁 중이라, 비율과 기억만큼 확실하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갈래들을 합쳐 보면,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시계가 가리키는 객관적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 다시 짜낸 주관적 시간에 가깝다. 다만 비율과 사건 경계와 신경의 변화 가운데 무엇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아직 깔끔하게 갈리지 않았다. 분명한 건 나이가 들수록 새로 끊어 기억할 장면이 줄어든다는 점이고, 그것이 시간이 빨라지는 느낌의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이 원리를 알면 시간을 다시 늘릴 수도 있다. 비율은 우리가 어쩌지 못하지만, 기억의 밀도는 바꿀 수 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평소와 다른 길로 걸어 보는 것. 새 경험은 뇌에 진한 기록을 남기고, 그 기간을 돌아볼 때 길게 만든다. 여행에서 돌아와 "고작 사흘인데 일주일 같았다"고 느끼는 게 그 증거다.

반대로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면 한 해가 통째로 증발한다. 많은 사람이 봉쇄 기간 동안 "몇 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고 느낀 것도 같은 메커니즘이다. 단조로움이 기억을 비웠기 때문이다.

어릴 때 차 뒷자리에서 "아직 멀었어?"를 끝없이 물었던 것도 떠올려 보자. 그때는 모든 풍경이 새로웠고, 인생의 비율로도 한 시간이 거대했다. 같은 한 시간을 지금은 거의 느끼지도 못한 채 흘려보낸다.

결국 "시간이 빨리 간다"는 느낌은 시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기억하느냐의 문제다. 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새로운 것을 자꾸 들여놓으면 된다. 시공식이 호기심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마다, 뇌는 그 시간을 따로 기록하고, 인생은 그만큼 길어진다.

근거 자료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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