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gongsik
내 단어장
원리

왜 칼로 잘라도 원자는 쪼개지지 않을까

무언가를 칼로 자르면 그 안의 원자도 쪼개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 갈라지는 곳은 원자 자체가 아니라 원자와 원자 사이의 연결이다. 칼날은 원자보다 비교할 수 없이 커서 원자를 가르지 못하고, 약한 연결을 비집고 떼어낼 뿐이다. 원자의 핵을 쪼개는 일은 거대한 에너지가 드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호기심

칼로 사과를 자르고, 가위로 종이를 자른다. 무언가를 둘로 가른다는 건, 그 안의 무언가를 쪼갠다는 뜻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배웠다. 그렇다면 칼로 무언가를 자를 때, 나는 원자를 쪼갠 걸까? 칼날이 원자 한가운데를 가르고 지나간 걸까? "원자를 쪼갠다"는 말은 어쩐지 엄청난 일처럼 들리는데, 나는 매일 아무렇지 않게 무언가를 자른다. 자르는 것과 원자를 쪼개는 것은 같은 일일까, 다른 일일까.

보통의 생각

자른다는 건 쪼개는 것이니, 칼로 자르면 그 끝에서는 원자도 반으로 갈리지 않을까 싶다. 칼날이 충분히 날카로우면 원자 하나쯤은 가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칼질은 원자를 쪼개지 못한다. 칼이 가르는 것은 원자 자체가 아니라, 원자와 원자 사이다.

시각화
자르기는 무엇을 끊을까 (칼을 내려보세요)
원자(원)와 그 사이의 연결(선)로 이루어진 물질입니다.
칼날원자 (칼날보다 훨씬 작다)
원자들이 연결(선)로 이어져 덩어리를 이룹니다. 칼날은 원자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칼 내리기를 눌러보세요.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 (재료를 고르고 힘을 주어보세요)
갈라지는 힘
두부·종이처럼 원자 사이 연결이 약한 물질입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곧 갈라집니다.
누르는 힘 0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칼로 자르면 원자를 쪼갠 걸까? 아니다. 원자와 원자 사이를 떼어놓은 것이지, 원자 자체는 멀쩡하다. 잘린 단면에 드러난 것은, 방금 연결이 끊긴 원자들의 표면이다. 자르기 전과 후로 원자의 종류도, 개수도 그대로다. 바뀐 것은 원자들이 어떻게 이어져 있느냐뿐이다. 그래서 자른다와 원자를 쪼갠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하나는 원자들의 연결을 바꾸는 일상의 일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의 핵을 바꾸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내가 매일 하는 자르기는 늘 앞엣것이다.

위: 칼 내리기를 눌러, 칼이 원자가 아니라 원자 사이의 연결만 끊고 두 덩이로 갈라지는 것을 본다. 아래: 약한 연결과 강한 연결을 고르고 힘을 주어, 임계를 넘어야 갈라지는 것을 확인한다.

본질

물질은 원자들이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져 있다. 원자 하나하나가 손을 맞잡아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 것에 가깝다. 그러니 칼로 자른다는 것은, 그 맞잡은 손을 떼어놓는 일이다. 원자 자체를 부수는 게 아니라, 원자 사이의 연결을 끊어 둘로 갈라놓는 것이다. 종이를 찢든 사과를 자르든 쇠를 절단하든, 갈라지는 곳은 언제나 원자와 원자 사이다. 사실 칼날의 끝은 원자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크고 뭉툭하다. 아무리 날카롭게 갈아도, 칼날은 원자 하나를 정확히 가를 만큼 작아지지 않는다. 칼은 원자를 쪼개는 게 아니라, 원자들이 이어진 약한 고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떼어내는 도구다. 면도날조차도 원자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쐐기인 셈이다. 그래서 무엇은 쉽게 잘리고 무엇은 잘 안 잘린다. 원자를 잇는 연결이 약하면 적은 힘에도 쉽게 갈라지고, 연결이 강하면 큰 힘으로도 잘 갈라지지 않는다. 자르기란 결국 그 연결의 세기와 칼이 누르는 힘 사이의 싸움이다. 칼을 잘 갈수록 잘 드는 것도, 힘을 좁은 면에 모아 그 연결을 더 쉽게 떼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자를 진짜로 쪼개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원자의 한가운데, 핵을 깨는 일이다. 이것은 칼질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전혀 다른 영역의 사건이다. 핵심 대비는 이렇다. 자르기는 원자들의 연결을 바꾸는 일이라 원자는 그대로 남는다. 반면 원자의 핵을 바꾸는 일은 원소 자체가 다른 것으로 변하는, 차원이 다른 변화다. 우리가 부엌에서 하는 일과는 완전히 별개의 세계다.

다시 일상으로

그래서 무언가를 자르거나 부수거나 빻을 때, 우리는 원자를 부수는 게 아니라 원자들의 연결을 다시 짜는 것이다. 빵을 뜯고, 연필을 부러뜨리고, 얼음을 깨는 모든 일이 원자 사이에서 일어난다. 요리에서 칼이 잘 들고 안 드는 것도 결국 재료 속 연결의 세기 이야기다. 잘 갈린 칼이 잘 드는 건, 힘을 좁은 데 모아 그 연결을 더 쉽게 떼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가르며 살지만, 정작 원자 하나 쪼갠 적은 없다. 우리가 가르는 것은 언제나 원자들 사이의 연결이다. 세상을 이루는 진짜 단단한 매듭은, 칼끝이 닿지 못하는 훨씬 깊은 곳에 있다.

근거 자료
원리
이 페이지가 도움 됐다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