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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흔든다고 탄산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흔들면 터질까

흔든 캔을 따면 솟구치지만, 흔든다고 탄산의 양이 늘거나 압력이 영구히 오르는 건 아니다. 흔들기가 바꾸는 것은 가스의 양이 아니라, 가스가 빠져나갈 발판(핵 생성 자리)이 액체 곳곳에 흩어진다는 분포다. 그래서 열면 동시에 터진다.

호기심

캔을 흔든 뒤 따면 콜라가 솟구친다. 누구나 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면 이상하다. 흔든다고 캔 안의 탄산이 더 생기는 것도 아니고, 흔든 손이 가스를 만들어 넣은 것도 아니다. 들어 있는 탄산의 양은 그대로다. 똑같은 양인데, 흔들기 전엔 얌전하고 흔든 뒤엔 터진다. 흔들기는 대체 무엇을 바꾼 걸까.

보통의 생각

흔히 흔들면 압력이 올라가서 또는 흔들면 가스가 더 나와서라고 답한다. 둘 다 정확하지 않다. 흔들어도 캔 속 CO2의 총량은 그대로고, 압력이 영구히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인 단서가 하나 있다. 흔든 캔도 그대로 10분에서 15분쯤 가만히 두면 멀쩡해진다. 무언가가 원래대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니 흔들기가 바꾼 것은 가스의 양이 아니라, 가스가 놓인 상태다.

시각화
같은 양, 다른 분포 (캔을 고르고 열어보세요)
두 캔에 든 탄산의 양은 같습니다. 다른 건 기포의 분포뿐입니다.
탄산 양: 같음뚜껑 열기를 눌러보세요
가만히 둔 캔입니다. 기포가 거의 없이 가스가 액체에 녹아 있습니다. 같은 양의 탄산이 들어 있지만, 아직 빠져나갈 발판이 없습니다.
발판이 많을수록 (핵 생성 자리를 늘려보세요)
발판 적음분출 약함
가만한 음료흔든 음료멘토스
발판이 적으면 가스가 천천히, 조금씩 빠져나옵니다. 가만히 둔 음료의 상태입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자. 흔들기는 무엇을 바꿨나. 가스의 양이 아니라, 가스가 빠져나올 발판의 분포를 바꿨다. 적은 발판이 곳곳에 흩어지면, 열리는 순간 모든 곳에서 동시에 가스가 터진다. 멘토스를 콜라에 넣으면 분수처럼 솟는 것도 똑같은 원리다. 멘토스 표면의 무수한 미세 구멍이 거대한 핵 생성 자리가 되어, 흔들지 않아도 가스가 한꺼번에 터진다. 흔들기란 결국 이 발판을 잔뜩 만들어내는 일인 셈이다. 온도도 살짝 거든다. 차가울수록 CO2가 더 잘 녹아 있어서 음료가 가스를 더 많이 머금는다. 그래서 차가우니 안전하다가 늘 맞는 말은 아니다. 다만 차가우면 가스가 더 단단히 붙잡혀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 면도 있어, 온도의 영향은 양쪽으로 작용한다.

위: 가만히 둔 캔과 흔든 캔을 골라 뚜껑 열기를 눌러, 같은 양의 탄산인데도 분출이 갈리는 걸 본다. 아래: 핵 생성 자리(발판)를 늘려 분출이 거세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본질

먼저 배경부터. 탄산음료는 CO2가 압력에 눌려 액체에 녹아 있는 상태다. 압력이 높을수록 가스가 잘 녹는다. 그런데 이 녹은 가스가 기포로 빠져나오려면 시작점이 필요하다. 이 시작점을 핵 생성 자리라 부른다. 깨끗한 액체 속에서 기포가 저절로 생기기는 어렵다. 표면장력을 이기고 기포가 맺힐 작은 발판이 있어야 한다. 밀폐된 캔 안에서는 높은 압력이 기포가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 그래서 가만히 둔 음료는 거의 기포 없이 가스를 머금은 채 안정되어 있다. 흔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액체 속에 수많은 미세 기포가 생긴다. 이 작은 기포 하나하나가 곧 핵 생성 자리다. 게다가 흔들어 생긴 소용돌이와 음료의 끈적임 때문에, 이 기포들은 위로 떠올라 사라지지 못하고 액체 곳곳에 흩어진 채 갇힌다. 핵심은 이것이다. 흔들기는 가스를 더 만든 게 아니라, 가스가 빠져나갈 발판을 액체 전체에 미리 깔아둔 것이다. 이제 뚜껑을 열면. 가만히 둔 음료라면 가스가 표면에서 천천히 보글보글 빠진다. 하지만 흔든 음료는 이미 곳곳에 발판이 있어서, 가스가 다시 녹을 새도 없이 동시에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그래서 솟구치는 것이다. 그리고 흔든 캔을 가만히 두면 그 미세 기포들이 시간을 두고 다시 액체로 녹아든다. 시간이 지나면 흔들기 전으로 돌아가는 이유다. 문제는 가스의 양이 아니라 발판의 분포였다는 증거다.

다시 일상으로

그래서 요령은 단순하다. 실수로 흔든 캔은 가만히 두면 된다. 10분에서 15분쯤 지나면 발판이 다시 녹아들어 안전해진다. 급하다면 따기 전에 아주 천천히 열어, 발판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게 가스를 조금씩 흘려보내면 된다. 더 넓게 보면, 같은 양이라도 그것이 어떻게 분포하고 어떤 발판을 가졌느냐가 결과를 가른다는 이야기다. 핵 생성이라는 이 개념은 탄산음료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구름 속 물방울이 맺히는 것도, 냄비의 물이 끓는 것도, 심지어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를 따른다. 발판이 없으면 물은 끓는점을 넘어서도 끓지 않고 가만히 있기도 한다. 흔든 캔이 터지는 것은 가스가 늘어서가 아니라, 빠져나갈 길이 한꺼번에 열려서다. 양보다 길이 결과를 정한 셈이다.

근거 자료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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