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계전·차단: 가까운 계전기가 먼저 끊는다
고장전류를 끌며 두 계전기 비교하기
두 곡선은 계전기의 시간-전류 특성으로, 가로축은 정정값에 대한 전류 배수 I/Is(로그 눈금), 세로축은 동작시간 t다. 아래 금색이 고장에 가까운 하류 계전기, 위 파랑이 상류 후비 계전기예요. 그림을 끌어 고장전류를 키우면 두 점이 함께 내려와 둘 다 빨라지지만, 금색 점이 언제나 아래에 있어 가까운 계전기가 먼저 동작한다. 두 점 사이의 시간 차가 협조 시간이고, 이 차 덕분에 가장 가까운 차단기가 고장 구간만 끊어요.
전류가 클수록 빨리: 반한시
과전류 계전기는 전류가 클수록 동작시간이 짧아지는 반한시 특성을 가진다. 이 그림의 곡선은 IEC 표준 반한시 t = TMS · k / ((I/Is)^α − 1)에 k = 0.14, α = 0.02를 넣은 것이라, 정정값 Is를 조금 넘는 과부하에는 1 ~ 3초를 기다리고 Is의 20배에 이르는 단락에는 0.2 ~ 0.5초 안에 동작해요. 가벼운 과부하는 잠깐 견디고 위험한 고장만 빨리 끊으려는 것이며, 작은 이상마다 곧장 끊으면 쓸데없는 정전이 잦아진다.
선택성 · 가까운 것이 먼저
여러 계전기가 직렬로 늘어선 선로에서는 상류로 갈수록 곡선을 위로 올려 늦게 동작하게 정정한다. 이 그림의 후비 계전기는 TMS가 0.2로 가까운 계전기(0.1)의 두 배라서, 어느 전류에서나 꼭 두 배의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같은 고장전류를 보더라도 하류 계전기가 먼저 끊고, 그 차단기가 실패할 때만 협조 시간 뒤에 상류가 후비로 끊는다. 다만 시간 차도 전류가 커질수록 줄어 기본값 8배에서는 0.33초지만 20배에서는 0.23초밖에 남지 않는다. 협조는 가장 큰 고장전류에서 0.3초 안팎의 여유가 남는지로 확인하므로, 고장전류가 20배까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이 정정은 후비 TMS를 더 올려야 한다. 이렇게 고장 구간만 떼어 내고 나머지는 살려 두는 것이 선택성이며, C5에서 본 배전 신뢰도의 바탕이다.
계전기는 판단, 차단기는 손
계전기는 전류와 전압을 재서 고장인지 판단하는 두뇌이고, 차단기는 그 신호를 받아 실제로 회로를 끊는 손이다. 차단기가 접점을 열면 그 틈에 아크가 생기는데, 진공 · SF6 가스 · 기름 같은 소호 매질로 아크를 식혀 전류가 0을 지나는 순간에 끊어요. 차단기 자체는 트립 신호를 받은 뒤 몇 사이클, 곧 수십 밀리초 안에 열리고, 송전선의 주보호는 계전기의 판단까지 합쳐 0.1초 안팎에 고장을 없앤다. 이 그림처럼 일부러 시간을 두는 과전류 계전기는 배전선과 후비 보호에 주로 쓰이지만, 늦어질수록 큰 고장전류가 설비를 태우고 발전기들이 동기를 잃어 계통 전체가 흔들리므로 그 시간도 함부로 늘릴 수 없다.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고장전류를 키우자 두 점이 함께 내려와 동작시간이 모두 짧아졌지만, 금색 가까운 계전기는 언제나 파랑 후비 계전기보다 아래, 곧 먼저였어요. 그 사이의 협조 시간도 함께 줄었으니, 정정은 가장 큰 고장전류에서 이 여유가 남는지를 보고 정한다. 이 시간 간격 덕분에 가장 가까운 차단기가 고장 구간만 끊고 나머지를 살린다. D3에서 구한 고장전류가 여기서 계전기를 움직이는 입력이 되었고, 그 결과 C5에서 본 “고장 구간만 정전”이 실제로 일어나니, 보호란 결국 옳은 차단기를 옳은 시각에 여는 일이다.
여기까지 전력을 만들고 보내고 지키는 길을 보았는데, 모두 거대한 동기발전기를 돌리는 화력 · 수력 · 원자력이 전제였다. 마지막 섹션 E는 그 전제가 바뀌는 곳이고, 다음 유닛(PW-E1)이 태양광 · 풍력의 계통연계를 다뤄요. 직류나 가변 주파수로 나오는 신재생 출력을 인버터가 계통의 주파수와 전압에 맞춰 밀어 넣는데, 햇빛과 바람의 간헐성과 회전 관성의 부족이 안정도에 새 과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