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진율과 배위수가 격자를 가른다
금속 원자는 똑같은 단단한 구처럼 쌓이고, 살아남는 쌓기 방식은 몇 가지뿐이다. 이들을 가르는 숫자는 둘이에요. 구가 실제로 채우는 공간의 비율인 충진율, 그리고 원자 하나가 닿는 이웃의 수인 배위수. 가장 촘촘한 쌓기는 0.74 에 이르고 이웃이 12개다. 한가운데를 채운 쌓기는 0.68 에 이웃 8개이고, 모서리만 쌓은 것은 0.52 에 이웃 6개뿐이에요. 이 두 숫자에서 결정 전체가 따라 나오고, 저울로 잴 수 있는 밀도까지 이어진다. 두 숫자가 격자를 가른다.
격자를 고르면 두 대표 숫자가 함께 바뀐다. 면심 입방 FCC 과 육방 최조밀 HCP 이 가장 촘촘해서, 공간의 0.74 를 채우고 원자마다 12개와 닿아요. 체심 입방 BCC 은 정육면체 한가운데 원자를 하나 넣어 0.68 에 이웃 8개가 된다. 단순 입방 SC 은 모서리에만 원자를 쌓아서 0.52 밖에 못 채우고 이웃이 6개뿐이라 자연에서 드물어요. 닿는 곳이 많을수록 더 촘촘하게 쌓인다. 이웃이 많을수록 빈칸이 줄어든다.
충진율은 단순한 질문에 답한다. 구가 서로 닿을 때까지 커지면, 상자에서 알맹이가 차지하는 부분과 빈 부분은 각각 얼마일까요. 원자를 한 단계씩 부풀리면 눈금이 올라가고, 닿는 순간 그 구조의 값에서 딱 멈춘다. 가장 촘촘하게 쌓아도 공간의 26퍼센트는 비어 있는데, 둥근 구는 부피를 완전히 채울 수 없기 때문이에요. 모서리만 쌓은 것은 그보다 훨씬 많이, 거의 절반을 낭비한다. 둥근 모양이라 빈칸이 남는다.
배위수는 어떤 원자에 가장 가까이 닿는 이웃이 몇 개냐를 세는 것이다. 가운데 원자를 누르면 맞닿은 이웃이 모두 밝아져서 셀 수 있어요. 가장 촘촘한 FCC와 HCP는 원자마다 12개의 구가 닿게 둘러싸는데, 같은 크기의 구로는 이보다 많을 수 없다. 한가운데를 채운 쌓기는 8개이고, 모서리만 쌓은 것은 축마다 하나씩 6개뿐이에요. 배위수가 클수록 전체가 더 촘촘하다는 가까운 신호다. 닿는 수가 촘촘함의 신호다.
여기서 놀라운 점이 있다. 두 최조밀 쌓기는 완전히 똑같은 층을 쓰고, 둘 다 0.74 에 이르러요. 다른 건 오직 층을 쌓는 방식이다. 세 번째 층이 첫 번째 층 바로 위에 놓이면 한 쌓기가 된다. 세 번째 층이 반복하기 전에 새로운 자리로 어긋나면 다른 쌓기가 돼요. 둘을 번갈아 보면 같은 평면, 두 가지 쌓기, 같은 충진율이 한눈에 들어온다. 층만 다르고 채움은 같다.
이제 결실이다. 단위 칸 안에 원자가 몇 개 (n) 들어가는지, 반지름이 정육면체의 모서리를 어떻게 정하는지 알기 때문에, 금속을 재기도 전에 밀도를 예측할 수 있어요. 칸 하나에는 원자 질량의 n배가 부피 a³ 안에 담기니, 밀도는 n·M/(NA·a³) 이다. 질량과 반지름을 밀고 구조를 바꾸면, 무거운 원자나 더 촘촘한 격자가 밀도를 올린다. 눈에 안 보이는 원자 배열이 저울로 잴 수 있는 숫자가 되는 과정이에요. 배열이 저울의 숫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