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기의 원리와 슬립
회전자가 동기속도에 닿으면 토크는 어떻게 되나
회전 자기장이 회전자 도체를 스쳐 지나가는 상대 운동이 있어야 도체에 전류가 유도되고 토크가 난다. 회전자 속도 슬라이더를 동기속도 쪽으로 밀어 보라. 상대 운동이 줄면 유도도 줄어든다. 회전자가 동기속도에 정확히 닿는 순간, 토크는 어떻게 될까.
상대 운동이 있어야 유도된다
회전 자기장이 정지한(또는 더 느린) 회전자 도체를 스쳐 지나가면, 도체는 자속을 끊으며 기전력을 유도받는다(패러데이). 단락된 회전자 도체에 전류가 흐르고, 이 전류가 회전 자기장 속에서 힘을 받아(F = BIl) 회전자를 자계가 도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렌츠의 법칙대로 유도 전류는 원인인 상대 운동을 줄이려 하므로, 회전자는 자계를 쫓아 가속한다.
동기속도는 잡을 수 없는 토끼
회전자가 빨라질수록 회전 자기장과의 상대 운동이 줄어, 도체가 자속을 끊는 횟수가 줄고 유도 전류와 토크가 함께 준다. 만약 회전자가 동기속도에 닿으면 상대 운동이 0이 되어 기전력도 전류도 토크도 0이다. 그 순간 마찰과 부하를 못 이겨 회전자는 다시 느려지고, 상대 운동이 되살아나 토크가 다시 생긴다. 그래서 회전자는 동기속도를 결코 잡지 못하고 늘 조금 뒤처져 평형을 이룬다. 이 때문에 유도기를 비동기기라 부른다.
슬립이 모든 것을 잰다
회전자가 얼마나 뒤처졌는지를 슬립 s = (Ns - N)/Ns로 잰다. 정지하면 s = 1, 동기속도에 닿으면 s = 0이다. 회전자 도체가 느끼는 자속의 주파수, 곧 슬립 주파수는 f2 = s·f다. 회전자에 유도되는 기전력과 리액턴스도 슬립에 비례한다. 기동 순간에는 s = 1이라 회전자 주파수가 전원 주파수와 같고, 정상 운전에서는 슬립이 보통 몇 퍼센트라 회전자 주파수가 수 헤르츠로 낮다. 슬립 하나로 유도기의 전기적 상태가 정해진다.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회전자가 동기속도에 닿으면 토크는 0이 된다. 유도는 회전자계가 회전자 도체를 스쳐 지나가는 상대 운동에서 나오는데, 동기속도에서는 그 상대 운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체가 자속을 끊지 못하면 기전력도 전류도 토크도 없다. 토크가 없으면 마찰조차 못 이겨 회전자는 다시 느려지고, 그러면 상대 운동이 되살아나 토크가 돌아온다. 이 자기모순 때문에 회전자는 동기속도를 영원히 쫓기만 하며 늘 슬립 s = (Ns - N)/Ns 만큼 뒤처져 평형을 이룬다. 슬립이야말로 유도기가 토크를 내기 위해 치르는 값이다.
슬립은 유도기 해석의 손잡이다. 회전자 회로의 기전력과 리액턴스가 모두 슬립을 달고 다니므로, 슬립을 변수로 두면 고정자에서 본 회전자를 하나의 등가회로로 묶을 수 있다. 핵심은 회전자 저항을 R2/s로 적는 것인데, 이 한 항이 진짜 전기 손실과 회전자가 내는 기계 출력을 함께 담는다. 다음 유닛은 그 등가회로를 세운다(MC-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