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와 포인팅 벡터
편파를 돌리며 에너지 흐름 보기
전자기파가 앞으로 달리는 그림이다. 슬라이더로 편파각을 돌리면 하늘색 전기장이 출렁이는 방향이 바뀌고, 금색 자기장은 늘 그에 수직인 채로 함께 돈다. 그런데 초록 화살표, 곧 에너지의 흐름 S = E×B는 편파를 어떻게 돌려도 늘 앞을 가리키고 크기도 그대로예요. 출렁이는 방향은 바뀌는데 흐름은 그대로인 까닭이 이 강의 질문이다.
파동이 실어 나르는 에너지
전자기파는 빈 공간을 그저 출렁이며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실어 나른다. 전기장에 담긴 에너지 밀도는 ½ε₀E²이고 자기장에 담긴 것은 B²/2μ₀인데, 평면파에서는 B = E/c이므로 두 값이 정확히 같다. 전기와 자기가 에너지를 똑같이 나눠 가지는 셈이고, 합치면 u = ε₀E²다. 햇빛이 피부를 데우고 태양전지가 전기를 만드는 것은 모두 이 에너지가 실려 오기 때문이에요. 전자기파는 에너지와 함께 운동량도 실어 나르기 때문에 빛이 닿은 면을 아주 약하게 밀고, 우주에서 넓은 막으로 이 압력을 받아 나아가는 태양 돛이 바로 이 힘을 쓴다.
포인팅 벡터, 에너지의 흐름
에너지가 어디로 얼마나 흐르는지는 포인팅 벡터 S = E×B/μ₀로 나타낸다. 단위 넓이를 1초 동안 지나가는 에너지, 곧 일률 밀도이고, 방향은 E와 B에 모두 수직인 진행 방향이며 크기는 |S| = EB/μ₀ = E²/μ₀c다. E가 정현파로 출렁이므로 한 점에서 S는 cos²꼴로 맥동하고, 한 주기 동안 평균을 내면 세기 I = ⟨S⟩ = ½ε₀cE₀²가 된다. 진폭이 두 배가 되면 세기는 네 배가 되는 셈이에요. 빛의 밝기, 안테나가 내보내는 출력, 레이저의 세기를 잴 때 쓰는 양이 바로 이것이다.
편파, E가 출렁이는 방향
진행 방향에 수직인 평면 안에서 전기장이 어느 쪽으로 출렁이는지가 편파다. 한 방향으로만 출렁이면 선형 편파이고, 전기장의 끝이 원이나 타원을 그리며 돌면 원편파나 타원편파라고 한다. 햇빛은 온갖 방향이 섞인 무편파지만 물이나 젖은 도로에서 반사된 빛은 수평 방향으로 출렁이는 성분이 많아지는데, 편광 선글라스는 바로 그 수평 성분을 막아 눈부심을 줄인다. 액정 화면, 사진 필터, 3D 영화 안경도 모두 편파를 쓰고, 안테나도 편파가 맞아야 신호를 온전히 받기 때문에 수직 편파로 맞춘 안테나는 수평 편파 신호를 잘 받지 못해요. 편파는 진동수나 세기와는 별개로 빛이 지닌 또 하나의 정보다.
편파가 달라도 에너지는 앞으로
첫 화면에서 본 것이 바로 이것이다. 편파각을 어떻게 돌려도 자기장은 늘 전기장에 수직이라, 둘의 외적 E×B는 늘 진행 방향을 가리킨다. 게다가 |E×B|는 두 크기의 곱이라 편파각과 상관이 없다. 그래서 에너지의 흐름 S는 편파를 돌려도 방향도 크기도 변하지 않아요. 편파는 빛이 어떻게 진동하는지를 정하지만 에너지가 어디로 가는지는 정하지 못하니, 진동 방향을 고를 자유와 정해진 흐름의 방향이 한 파동 안에 함께 있다.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첫 화면에서 편파각을 돌리는 동안 전기장과 자기장은 함께 돌았지만 둘 사이의 직각은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고, 초록 화살표 S = E×B는 늘 앞을 같은 크기로 가리켰다. 편파는 평면 안에서 E의 방향을 고르는 자유이고, 포인팅 벡터는 그 자유와 상관없이 에너지를 진행 방향으로 실어 나르는 흐름이다. 빛은 어떻게 진동하든 제 에너지를 곧장 앞으로 보내고, 그 세기가 우리가 느끼는 밝기예요. I = ½ε₀cE₀².
지금까지 빛은 빈 공간을 거침없이 달렸다. 다음 강(EM-25)에서는 빛이 성질이 다른 물질의 경계면을 만났을 때를 다룬다.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굴절되어 투과하며, 그 비율과 각도는 두 물질의 굴절률과 들어오는 각도, 편파로 정해진다. 거울이 비추고 렌즈가 빛을 꺾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