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위전류
충전 속도를 올려 변위전류 보기
슬라이더가 커패시터를 충전하는 빠르기를 정한다. 극판 사이 하늘색 화살표의 길이는 전기장 자체가 아니라 전기장이 자라는 빠르기를 나타내고, 금색 고리 셋은 위아래 도선과 가운데 틈을 각각 감싼 자기장이다. 충전 속도를 올리면 세 고리가 똑같이 커지고, 속도가 0이면(정지) 모두 사라져요. 전하가 하나도 건너가지 않는 틈 둘레에서 자기장이 도는 까닭이 이 강의 질문이다.
같은 고리, 두 가지 답
앙페르 법칙은 자기장을 고리를 따라 한 바퀴 더한 값(순환)이 고리를 지나는 전류에 비례한다고 말한다. ∮B·dl = μ₀I_enc(EM-14). 커패시터로 들어가는 도선을 앙페르 고리로 감싸고, 그 고리를 테두리로 하는 막을 하나 골라 전류를 센다고 하자. 도선을 꿰뚫는 평평한 막을 고르면 전류 I가 지나가지만, 극판 사이 틈으로 불룩하게 돌아 나가는 막을 고르면 도선이 막을 꿰뚫지 않아 전류가 0이다. 고리는 같은데 막에 따라 답이 갈리니, 정자계에서 늘 맞던 앙페르 법칙이 충전 중인 회로에서는 어딘가 모자란 셈이에요. 고리에 씌우는 막을 어떻게 골라도 같은 답이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앞에서 회전과 스토크스 정리로 확인한 조건이에요.
맥스웰의 보탬, 변위전류
극판 사이에서는 전하가 쌓이면서 전기장 E가 자란다. 맥스웰은 전기선속의 변화율에 ε₀를 곱한 ε₀ dΦ_E/dt가 틈에서 비어 있던 전류를 정확히 채운다는 것을 알아냈고, 이것을 변위전류 I_d = ε₀ dΦ_E/dt라 불렀다. 불룩한 막은 도선 전류를 하나도 잡지 못하지만 그 대신 같은 크기의 변위전류를 잡으므로, 이제 어느 막을 골라도 μ₀I가 나온다. 그림에서 가운데 고리가 극판보다 크게 그려진 것도 이 때문인데, 고리가 극판 가장자리 바깥을 돌아야 틈의 전기선속을 모두 감싸 도선 둘레와 같은 세기의 자기장이 나와요. 고리가 극판보다 작으면 선속의 일부만 감싸 자기장도 그만큼 약하다. 이렇게 보정된 앙페르 법칙은 ∮B·dl = μ₀(I_c + I_d)다.
패러데이의 거울상
패러데이 법칙은 변하는 자기장 곁에 전기장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 × E = -∂B/∂t(EM-20). 맥스웰의 항은 그 거울상으로, 변하는 전기장 곁에 자기장이 생긴다. ∇ × B = μ₀J + μ₀ε₀ ∂E/∂t. 두 식은 모양이 짝을 이루지만 부호가 달라서, 패러데이 쪽은 음이고 맥스웰 쪽은 양이다. 부호가 엇갈린 덕분에 두 식을 합치면 두 장이 번갈아 주고받으며 출렁이는 파동의 식이 나오고, 부호가 같았다면 출렁임 없이 한쪽으로 불어나거나 사그라드는 답만 남아요. 변하는 한 장이 다른 장을 낳고 그 장이 다시 처음 장을 낳는 고리가 이렇게 닫힌다.
전자기파의 문을 열다
이 항이 있으면 전하도 도선도 없는 빈 공간(J = 0)에서도 변하는 전기장이 자기장을 만들고, 그 자기장이 변하면서 다시 전기장을 만든다(패러데이). 두 장이 서로를 이어 가며 진공을 달리는 것이 전자기파이고, 그 속력은 c = 1/√(μ₀ε₀)로 두 상수만으로 정해진다. 맥스웰이 이 값을 계산하자 당시 측정된 빛의 속력과 같았고, 빛이 곧 전자기파라는 결론이 여기서 나왔다. 교류 회로에서 전류가 커패시터를 건너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도 같은 항으로 설명돼요. '변위'라는 이름은 맥스웰이 진공 속 매질이 밀려나는 모습을 떠올린 데서 왔는데, 지금은 그런 매질 없이 전기장의 변화 자체를 전류와 같은 자리에 두는 항으로 이해한다. 다만 극판 사이에 유전체가 있으면 변위전류의 일부는 유전체 속 묶인 전하가 실제로 조금씩 움직이는 분극 전류예요.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첫 화면에서 충전 속도가 0일 때는 자기장이 없었고, 빨리 충전할수록 전하가 건너가지 않는 극판 틈 둘레의 자기장도 커졌다. 틈에서 자라는 전기장은 정확히 I_d = ε₀ dΦ_E/dt만큼의 전류, 곧 도선 전류와 같은 크기의 전류에 해당하고, 그 전류가 흐를 때와 똑같은 자기장을 만든다. 그래서 도선을 감싼 고리와 틈을 감싼 고리의 자기장이 같았어요. ∇ × B = μ₀J + μ₀ε₀ ∂E/∂t. 변하는 전기장이 자기장을 낳아요.
이로써 네 방정식이 모두 모였다. 가우스 법칙(∇·E = ρ/ε₀), 자기 가우스 법칙(∇·B = 0), 패러데이 법칙(∇ × E = -∂B/∂t), 그리고 변위전류로 완성된 앙페르 법칙(∇ × B = μ₀J + μ₀ε₀ ∂E/∂t)이다. 다음 강(EM-22)에서는 이 넷을 맥스웰 방정식으로 한데 묶고, 그 안에 전자기파가 어떻게 들어 있는지 살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