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루레이트: 출력이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
주파수를 높이면 출력이 사인을 놓친다
옅은 곡선은 입력 사인파이고 굵은 금색 곡선은 출력이다. 입력 주파수를 높이면 사인이 요구하는 기울기도 함께 가팔라진다. 느릴 때는 출력이 사인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빨라지면 출력이 정해진 최대 속도로밖에 오르내리지 못해 사인이 삼각파로 일그러진다. 표시기의 배수는 그 요구가 슬루레이트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요.
출력은 정해진 속도보다 빨리 변할 수 없다
연산증폭기 안에는 발진을 막는 보상 커패시터가 들어 있고, 출력 전압이 바뀌려면 이 커패시터를 충전하거나 방전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을 맡은 내부 전류에는 상한이 있다. 커패시터 전압이 바뀌는 속도는 전류를 용량으로 나눈 값이므로, 출력이 단위 시간에 바뀔 수 있는 최대 속도가 정해진다. 이것이 슬루레이트이고, 보통 마이크로초당 볼트로 적어요. 식으로 쓰면 SR = Imax / C.
너무 빠르면 사인이 삼각이 된다
사인파가 가장 가파른 곳은 0을 지나는 순간이고, 그 기울기는 진폭과 주파수의 곱에 비례한다. 진폭이 크거나 주파수가 높아 이 기울기가 슬루레이트를 넘으면, 출력은 사인의 곡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슬루레이트의 곧은 경사로만 오르내린다. 그래서 출력 사인이 삼각파로 일그러진다. 이 효과는 큰 신호에서만 나타난다. 같은 주파수라도 진폭이 작으면 요구하는 기울기가 작아 멀쩡히 따라가므로, 작은 신호의 GBW 한계와는 원인이 다르다. 데이터시트에서 사인파를 일그러짐 없이 최대 진폭으로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주파수를 전력 대역폭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그리고 전압 한계, 레일 클리핑
큰 신호에는 속도의 벽 말고 높이의 벽도 있다. 출력은 아무리 세게 밀어도 전원 레일을 넘어설 수 없다. 진폭을 키워 봉우리가 양의 전원이나 음의 전원에 닿으면 그 너머는 평평하게 잘려 나가는데, 이것이 출력 전압 한계, 곧 레일 클리핑이다. 많은 연산증폭기는 레일보다 조금 안쪽에서 이미 잘리고, 레일 가까이까지 출력을 낼 수 있게 만든 레일-투-레일 출력 소자가 따로 있다. 정리하면 연산증폭기의 큰 신호에는 두 벽이 있다. 시간당 변화 속도를 막는 슬루레이트와 진폭의 높이를 막는 전원 레일이다. 여기에 작은 신호의 GBW까지 더하면 실제 연산증폭기가 할 수 있는 일의 경계가 모두 그려져요.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주파수가 낮을 때 출력은 입력 사인을 흠 없이 따라갔다. 주파수를 높이자 사인이 요구하는 기울기가 가팔라졌고, 어느 지점부터 출력이 더는 따라잡지 못한 채 곧은 경사로만 오르내려 삼각파가 되었다. 그 경계는 사인의 최대 기울기가 슬루레이트를 넘느냐였고, 넘은 뒤에는 출력의 진폭까지 줄었다. 이것은 진폭이 큰 신호에서만 나타나는 속도의 벽이고, 작은 신호의 GBW와는 다른 한계다. 출력이 전원 레일을 넘지 못하는 높이의 벽까지 더하면, 무한 이득이라는 이상 뒤에 숨은 연산증폭기의 실제 모습이 드러나요.
이어지는 흐름
연산증폭기의 이상과 한계를 모두 살펴보았다. 마지막 op-amp 유닛에서는 이 소자를 저항 · 커패시터와 엮어 쓸모 있는 회로를 만든다. 커패시터의 임피던스가 주파수에 따라 달라지는 성질을 연산증폭기의 큰 이득과 결합하면, 원하는 주파수 띠만 통과시키고 나머지를 누르는 능동 필터가 된다. 신호에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는 도구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