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밴드: 무엇이 전기를 통하게 하는가
띠틈 하나가 흐름을 가른다
아래 파란 띠는 전자로 가득 찬 가전자대이고, 위의 주황 윤곽 띠는 비어 있는 전도대다. 전류가 흐르려면 전자가 위 띠로 올라가 빈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두 띠 사이에 빨갛게 표시한 간격이 그 틈이다. 세 물질 가운데 어느 것이 전자를 위로 보내는지 위 띠를 떠도는 금색 전자를 보고 가려내요.
가득 찬 띠는 전류를 못 만든다
전자는 옮겨 갈 빈자리가 있어야 한 방향으로 쏠릴 수 있다. 가전자대처럼 모든 자리가 차 있으면 한 전자가 오른쪽으로 가려 해도 갈 곳이 없고, 어느 전자가 움직이면 다른 전자가 그만큼 반대로 밀려 결국 서로 상쇄된다. 그래서 가득 찬 띠 안에 전자가 아무리 많아도 알짜 전류는 0이에요.
틈을 건너야 흐름이 생긴다
몇몇 전자가 빈 전도대로 올라가면 통로가 두 개 한꺼번에 열린다. 위 띠에서는 올라간 전자들이 넓은 빈자리를 누비고, 아래 띠에서는 그들이 떠난 빈자리, 곧 정공이 움직인다. 위로 올라가는 전자의 수는 열에너지 kT와 틈 Eg의 겨루기로 정해지는데, 틈이 커질수록 지수적으로 급히 줄어든다.
틈의 크기가 세 부류를 가른다
틈이 없어 띠가 겹치면 전자가 늘 빈자리를 곁에 두고 있어 도체가 된다. 틈이 몇 eV로 너무 크면 상온의 열로는 건너지 못해 부도체다. 그 사이, 1 eV 안팎의 좁은 틈을 가진 것이 반도체다. 틈이 작아 열이나 도핑이나 빛으로 흐름을 켰다 껐다 할 수 있고, 반도체가 쓸모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전자를 위 띠로 올려 보낸 것은 도체와 반도체였다. 도체는 틈이 없어 금색 전자가 늘 위 띠를 흐르고, 반도체는 좁은 틈을 열의 힘으로 겨우 넘겨 몇 개의 전자와 그만큼의 정공으로 가느다란 흐름을 만든다. 부도체는 넓은 틈에 막혀 전자가 가득 찬 띠 안에 갇힌 채 한 발짝도 옮기지 못했어요. 결국 흐름을 가른 것은 전자의 수가 아니라 채워진 띠와 빈 띠 사이의 틈 하나였다.
이어지는 흐름
좁은 틈은 반도체에 손댈 여지를 준다. 다음 유닛에서는 불순물 원자를 아주 조금 섞어(도핑) 위 띠의 전자나 아래 띠의 정공 가운데 하나를 일부러 다수로 만든다. 그렇게 만든 n형과 p형을 맞붙이면 다이오드의 핵심인 pn 접합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