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L 과도와 시정수
한 시정수에 63%를 메운다
금색 곡선은 스위치를 닫은 뒤 인덕터 전류가 맨 위 흰 점선의 최종값을 향해 차오르는 모습이고, 곡선 위 점이 지금 시각의 전류다. 시간을 0에서부터 밀어 그 점이 초록 점선의 꺾인 모서리, 곧 최종값의 63%에 닿는 순간을 찾아요. 그 시각이 바로 시정수 τ다.
왜 곡선인가
인덕터는 전류의 변화를 거스른다. 전원이 전류를 밀어 올리려 하면 인덕터는 di/dt에 비례하는 역기전력으로 맞선다. 스위치를 닫은 순간에는 전류가 0이라 저항에 걸리는 전압이 없고, 전원 전압이 고스란히 인덕터에 걸려 전류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다. 전류가 최종값 I = V/R에 가까워질수록 저항이 가져가는 전압이 늘어 인덕터 몫, 곧 di/dt가 줄어드니 곡선은 직선이 아니라 점점 누그러지는 지수곡선이 돼요.
시정수 τ = L/R
곡선의 빠르기를 정하는 것은 인덕턴스를 저항으로 나눈 τ = L/R다. 인덕턴스가 크면 전류 변화를 더 세게 거슬러 느려지고, 저항이 크면 최종 전류가 작아져 그만큼 빨리 자리를 잡는다. RC에서는 저항이 분자에 있어 클수록 느렸지만 RL에서는 저항이 분모에 있어 클수록 빠르니, 이 점이 거울처럼 뒤집혀 있다. τ는 시간의 단위를 가지며, 한 시정수가 지나면 목표까지 남은 거리의 약 63%가 메워진다. 매 τ마다 남은 거리의 같은 비율을 메우는 것이 지수함수의 성질이에요.
언제 "다 됐다"고 하나
한 시정수에 63%, 두 시정수면 86%, 세 시정수면 95%까지 오른다. 다섯 시정수가 지나면 99%를 넘어 실용적으로는 다 된 것으로 보고, 회로가 새 전류에 자리 잡는 시간을 가늠할 때 5τ를 어림값으로 쓴다. 그림의 가로축 끝이 바로 그 지점이다. 이 모든 것은 RC 과도의 거울로, 커패시터가 전압의 변화를 거스르며 τ = RC로 차올랐듯 인덕터는 전류의 변화를 거스르며 τ = L/R로 차오른다. 전류가 줄어들 때도 같은 τ를 따르지만, 스위치를 그냥 열면 전류가 갈 길이 없어 인덕터가 큰 전압을 일으키므로 실제 회로에서는 다이오드 같은 길을 따로 마련해 둬요.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시간을 밀자 금색 곡선 위의 점은 가파르게 출발해 점점 누그러졌고, 최종값의 63%인 초록 점선 모서리에 닿은 순간이 바로 한 시정수 τ였다. 그 뒤로도 곡선은 매 τ마다 남은 거리의 같은 몫을 메우며 가로축 끝의 다섯 시정수쯤에서 사실상 평평해졌다. τ = L/R라는 한 숫자가 이 곡선의 빠르기를 모두 쥐고 있었던 셈이에요. 커패시터 전압이 RC로 그렸던 곡선을 인덕터에서는 전류가 거울처럼 되풀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