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치 필터와 대역저지
공진에서 출력이 0으로 파인다
직렬 RLC에 주파수를 쓸어 보라. 이번엔 출력을 직렬로 이은 L과 C 양단에서 함께 뽑는다. LC 묶음의 임피던스는 j(ωL − 1/ωC)로 두 리액턴스의 차다. 공진 ω_0 = 1/√(LC)에서 그 차가 0이 되어 LC가 단락처럼 행동하니, 그 양단 출력이 0으로 깊이 파인다. 출력이 가장 깊이 떨어지는 노치 주파수를 찾아라.
출력을 어디서 뽑느냐가 필터를 정한다
같은 직렬 RLC라도 출력을 어느 소자 양단에서 뽑느냐에 따라 필터의 종류가 달라진다. 저항 양단에서 뽑으면 공진에서 가장 크게 통과하는 대역통과였다. 커패시터 양단이면 저역통과, 인덕터 양단이면 고역통과가 된다. 이번엔 직렬로 이은 L과 C를 한 묶음으로 보고 그 양단에서 뽑는다. LC 묶음의 임피던스는 인덕터의 +jωL와 커패시터의 −j/ωC를 더한 j(ωL − 1/ωC)로, 주파수에 따라 크게 변한다.
공진에서 LC는 단락이다
공진 ω_0 = 1/√(LC)에서 ωL = 1/ωC가 되어 LC 묶음의 임피던스가 정확히 0이 된다. 직렬 LC가 단락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출력을 그 단락 양단에서 뽑으니, 단락에는 전압이 걸리지 않아 출력이 공진에서 0으로 깊이 파인다. 이 깊은 골이 노치다. 공진에서 멀어지면 두 리액턴스의 차가 커져 LC의 임피던스가 커지고, 전압 대부분이 LC에 걸려 출력이 입력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노치 필터는 공진 한 주파수만 콕 집어 버리고 위아래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 통과시킨다.
대역통과의 보수, 그리고 4대 필터
노치는 대역통과의 정확한 보수다. 같은 회로에서 저항 양단 출력(대역통과)과 LC 양단 출력(노치)을 더하면 늘 입력 전압이 되어, 두 이득의 크기 제곱을 더하면 어느 주파수에서나 1이다. 대역통과가 통과시키는 그 좁은 띠를 노치는 정확히 버린다. 그래서 60Hz 전원 잡음이나 특정 간섭 주파수 하나를 깨끗이 제거할 때 노치를 쓴다. 이로써 낮은 쪽을 통과시키는 저역통과, 높은 쪽의 고역통과, 가운데 띠의 대역통과, 그리고 가운데 한 점을 버리는 대역저지까지, 네 가지 기본 필터가 모두 갖춰진다. 통과시킬 곳과 막을 곳을 고르는 일이 곧 출력을 어느 소자에서 뽑을지 고르는 일이었다.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주파수를 밀자 출력 곡선이 공진에서 0으로 깊이 파였고, 그 골은 ω/ω_0 = 1에서였다. 그곳에서 ωL과 1/ωC가 같아져 직렬 LC가 단락이 됐고, 단락 양단의 출력이 사라졌다. 공진에서 멀어지면 LC의 임피던스가 커져 출력이 입력으로 회복됐다. 한 주파수만 콕 집어 버리는 이 노치는 저항 양단 출력의 대역통과와 정확한 보수다. 저역통과·고역통과·대역통과와 함께, 출력을 뽑는 자리를 고르는 것만으로 네 가지 기본 필터가 모두 완성된다.